삼성-두산 13일 PO5차전…불펜진이 승패 가를듯
마지막 승부다.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내내 한점 차 승부를 거듭하며 2승씩 나눠가진 두산과 삼성이 5차전을 13일 펼친다. 투수들의 체력이 고갈된 양팀의 승부는 여느 때처럼 힘있는 ‘마무리’에서 갈릴 전망이다.
3·4차전에서는 선발들이 무너지며 치열한 타격전으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만 경기당 16명. 3차전은 5시간, 4차전은 4시간 반이 걸린 혈투였다. 5차전 선발은 차우찬과 히메네스다. 이번에도 선발들이 무너진다면 불펜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선동열 감독은 11일 4차전이 끝난 뒤 “한 이닝, 한 타자씩이라도 쓰겠다”며 불펜전을 미리 각오했다.
삼성의 뒷문은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가 막는다. 배영수는 11일 4차전에서 마무리 투수 안지만이 일찍 마운드에 오른 탓에 마무리가 없자 8-7로 쫓기던 8회 2사 3루 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의 믿었던 불펜인 정현욱, 권오준, 권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을 살려 5차전에서도 소방수 노릇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은 고전중인 정재훈 대신 임태훈이 뒷문 수성에 앞장선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지켰고, 3차전에서는 8회 삼성 박한이의 적시타로 6-6으로 따라잡힌 위기 상황에 등판해 침착하게 삼진을 잡아내며 불을 껐다. 3·4차전 승부처마다 등판해 무실점으로 호투한 그에게 5차전 두산의 명운이 걸렸다.
양팀 모두 불펜이 피로한 만큼, 방망이가 얼마나 터져주는지도 관건이다. “중심 타선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두 팀에서 나란히 중책을 떠맡은 것은 3번 타자들이다. 앞서 출루한 발빠른 주자들을 진루시키는 한편 후속 타자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 줄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는 최고조에 오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박한이가, 두산에서는 타격감은 물론 빠른 발까지 갖춘 이종욱이 타선을 끌어올릴 각오다.
무엇보다 박한이의 활약이 눈부시다. 1차전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에 이어 4차전 결승 희생뜬공까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거둔 2승은 모두 박한이의 결승타 덕이었다. 3차전에서도 비록 팀은 졌지만 8회 극적인 동점 적시타가 박한이에게서 나왔다. 4경기 17타수 8안타로 타율 0.471에 육박하며 6타점을 쓸어담은 그가 5차전에서도 제 몫을 해줄 것이란 기대다.
반면 두산은 김동주, 최준석 등 중심 타선이 뒤늦게 살아나는 가운데, 3번 타자 이종욱이 치고 달리는 발야구로 독보적 활약을 펼쳐왔다. 2006년 도루왕 출신인 이종욱은 선두 타자 전문이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 3번으로 타순이 변경됐고, 2차전 무사 만루에서 크지 않았던 이성열의 뜬공에도 홈으로 재빨리 파고들어 희생뜬공을 만드는 등 득점 기회마다 빠른 발을 자랑했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뛰게 하겠다”던 김경문 감독의 발야구가 ‘철벽 불펜’이 무너진 삼성에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