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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살도 뺄겸” 시작한 야구가 숙명으로

등록 2010-10-28 20:47수정 2010-10-29 10:17

양의지 선수
양의지 선수
[36.5℃ 데이트] ‘신인왕’ 두산 양의지
데뷔 5년차 중고신인서 ‘절치부심’ 핵심 선수로…“감독님·애인 고마워”
“신인상 받으러 무대로 올라갈 때 너무 떨어서 그만 감독님과 여자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빠뜨렸는데, 그 뒤로 마무리 훈련이 고되어진 것 같아요.”(웃음)

프로야구 선수로서 평생 단 한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상’의 주인공 양의지(23)는 농담할 만큼의 여유를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포수 마스크를 벗은 얼굴은 붉어졌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25일, 마무리 훈련 중인 그를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믿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죠. 그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는 “10여개의 카메라 조명이 눈이 시큰할 정도로 내리쬐더라”며 조명 탓을 했다.

탄탄한 주전 후보들이 많은 ‘화수분 야구’ 두산에서 ‘중고 신인’의 신화를 쓴 양의지는 2006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차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2007년에는 겨우 3경기에 출전한 것이 다였다. 용덕한, 최승환 등 쟁쟁한 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두산에 입단했을 땐 그 생각까진 못 했고 ‘롤모델’이었던 홍성흔 선배를 한팀에서 볼 수 있단 생각에 그저 들떴다”던 그는 냉혹한 프로 경쟁 속에서 절치부심했다.

2008년 경찰청 입단은 배수진의 각오였다. “사업에 실패하고 힘겹게 제 뒷바라지를 해오신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이래선 안 되겠다고 이를 악물었죠.” 초등학교 4학년 때 키 155㎝에 몸무게 70㎏으로 “살도 뺄 겸” 시작했던 야구가 그의 삶이 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로 가세가 기울었을 때도 “가물치는 물론이고 산에서 직접 잡아 오신 뱀까지 닭고기국이라고 속이며” 그에게 먹인 아버지의 힘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제2의 아버지’다. 경찰청에서 2008년 시즌 리그 홈런 2위(23개), 2009년에는 타율 0.369로 활약한 그를 김 감독이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점찍었고, 신인 포수를 꾸준히 믿어준 감독 덕분에 양의지도 숨겨진 뚝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먼저 다가와주고, 실수를 저질러도 다독여주던 고참급 선배 투수들은 새록새록 고맙다. “많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그가 꼽은 보완점은 블로킹. 포스트시즌 4차전 승부처에서 실수로 공을 놓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성격이 조금 급해 뒤도 보지 않고 섣불리 승부를 거는 편이었는데, 상황을 봐서 승부를 피하는 법도 배웠다.”

고마운 사람은 많다. 낯설던 서울생활을 5년째 이어오는 비결은 동갑내기 여자친구의 응원. “군 휴가 때 학교 동창들과 미팅 나갔다가 첫눈에 반했어요.” “서울에서 공익근무 한다”고 속여 야구선수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녀 때문에 축구공도 찼다. “경찰청 야구단도 축구를 해요. 포상휴가를 보내준다고 해 미드필더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죠.”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셀 수 없다”는 그는 이제 “팀의 승리를 돕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다. 매일 훈련일지와 200개의 송구연습을 해온 노력파 양의지에게 그래서 올겨울은 더욱 바쁘다. “주전에 합류하겠다던 올 초 목표를 넘어 많은 걸 배웠죠. 성숙해져 이제 신인 티를 벗고 안정감 있는 포수로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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