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에게 신문기자는 ‘천적’으로 비쳐진다. 기자들이란 어두운 구석이나 파헤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야구 관계자들에게 멍청한(실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나 퍼부어 대고, 어떤 일이 터지면 내막을 알지도 못하면서 신문을 팔아먹으려고 뭐든지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자를 상대할 때 자기 뒤에 누군가 보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미국의 저명한 야구 칼럼니스트 레너드 코페트는 기자와 선수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그의 말마따나 운동선수와 기자는 심심찮게 충돌한다. 특히 야구에서는 기자-투수 사이의 마찰이 잦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 에이스 투수 케니 로저스(9승3패·평균자책 2.46)의 사진기자 폭행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로저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알링턴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자신의 훈련모습을 촬영하던 카메라 기자를 밀치고, 카메라를 패대기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도 2003년 11월 서울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자신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사진기자와 몸싸움을 벌여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서재응(뉴욕 메츠)도 국내에서 만난 한 기자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다투다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부진을 겪을 땐 기자들을 극도로 피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1월 ‘괴물투수’ 랜디 존슨(뉴욕 양키스)이 방송사 카메라 기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일성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이렇게 해석한다. “마운드 한 가운데 홀로 선 투수는 늘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 탓에 성격도 예민해지고,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기자와의 충돌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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