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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대전서 ‘배신자’ 야유…살면서 가장 힘들었다”

등록 2011-04-07 20:18수정 2012-11-20 09:51

이범호 선수
이범호 선수
[별별 스타] 이범호
최근 친정팀 한화 2연전
타석 집중안돼 1안타 그쳐
“한화, 정말 잘됐으면…”
수화기 너머로 가수 아이유의 <좋은 날>이 흘렀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노래가사가 왠지 모르게 처연했다. 잠시 후, 그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야구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이틀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범호(30·KIA·사진)는 5, 6일 이틀 동안 대전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프로 10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 한화와의 첫 연전이었다. 야유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배신자”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타석에서 집중할 수 없었다. 안타는 1개(8타수)밖에 못 터뜨렸다. 10년 동안 안방이었던 곳에서 원정경기를 치른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야유 소리가 정말 컸어요. 팬분들은 전후 사정을 잘 모르시니까 그저 한화를 등지고 간 선수로만 아시는 거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어주실 거예요. 후배들이 ‘형 타석에 들어가기 정말 싫겠다’며 어깨를 두들겨주더라고요. 세계야구클래식(WBC) 때보다 더 긴장했고, 일본 생활 때보다 더 힘들고 아팠으니까요. 대전 거리를 걸을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어요. 혹시나 저를 알아보는 팬분들이 계실까봐요.”

2000년 한화에서 데뷔해 10년 동안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던 이범호는 2009년 말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일본 프로생활 성적은 타율 0.226, 4홈런, 8타점. 2년 계약이라 1년은 적응기로 봤건만 소프트뱅크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화 복귀를 우선으로 생각했으나 협상은 틀어졌다. 그는 협상 결렬의 전후 속사정을 밝히고 싶지 않아했다. 다만 “야구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은 내 마음을 이해하더라”고 했다. 결국 벼랑끝에 몰렸던 이범호는 기아를 택했다. 그래도 한화를 생각하면 짠한 마음이 있다. “한화라는 팀 자체에는 애정도 많고 추억도 많아서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뒤돌아보면 그의 야구인생은 잡초와 같았다.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 무대를 밟아본 게 단 두차례밖에 없다. 그것도 실력이 아닌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 어릴 적 같이 야구를 했던 친구들이 전국대회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펑펑 운 적도 많았다. ‘왜 나는 저곳에서 못 뛰는 것일까’라며 자책도 해보고, ‘전국대회에 가면 이렇게 뛰어야지’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큰 무대에 대한 목마름은 그때부터 생겼던 게 아닐까.

“일본에서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큰 시장을 경험해본 게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저 자신이 일본에서 용병이 되어보니 국내에서 뛰는 용병들 마음도 잘 알 것 같고요. 그래서 (기아 외국인선수인) 로페즈나 트레비스에게 잘해주려고 하는데 저도 새로 왔다고 그들이 저에게 더 잘 대해줘요.”

이범호는 8월이면 아빠가 된다. 지난해 결혼한 아내가 임신 5개월이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국내에서 우승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리그 우승을 했지만 제가 주전은 아니었으니까요. 챔피언 반지를 정말 끼고 싶어요. 올해 목표도 그것뿐이에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양쪽 팬분들에게 보답하는 거 아니겠어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기아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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