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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올스타전서 시구한 왕년의 홈런왕 박현식씨

등록 2005-07-20 21:32수정 2005-07-20 21:33

말기암 투병중…울면서 던졌소
“내가 자란 향토 인천의 2만5천 팬 앞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구를 한 감격적인 순간이었어요. 아들하고 며느리, 손자 해서 우리 애들이 9명이나 와서 보고는 다 울었어요. 저도 울었지요.”

2005 프로야구 올스타전(16일) 시구자로서의 감회를 말할 때였다.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금세 눈물이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쁜 기침을 뱉어가며 야구에 관한 열변을 토하던 그였다.

‘아시아의 베이브 루스’, ‘아시아의 철인’ 등으로 불리며 1950~60년대 홈런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박현식(76)씨. 19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만난 그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위암인데다 폐까지 안 좋아요. 의사 얘기론 수술할 단계가 지났대.” 그의 얼굴에서 쓸쓸함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야구가 병을 키웠다. 6월, 병원에서 잠시 퇴원한 그는 성치 않은 몸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모교인 인천 동산고의 청룡기 야간경기를 내리 사흘을 봤다.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었다.

박씨는 13일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해온 야구 물품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기증했다. 이 가운데는 자신이 때린 홈런 공 50여개도 있었다. “루 게릭이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공처럼 나중엔 가치가 있겠구나 싶어 모았지요. 내 홈런은 대부분이 좌월홈런이었고, 내가 좌익수였으니 회수하기가 쉬웠어. 홈런 치고 수비하러 갈 때 새 공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가서 관중과 바꿨지. 거기다 날짜, 상대 투수, 점수 같은 걸 꼬박꼬박 적어 간직했어요. 좀 더 꼼꼼히 기록했으면 그대로 야구역사가 되는 건데 그것까진 못했어.”

박씨는 “너무 약팀이라 처음에는 맡지 않으려고 했지만, 당시 내가 지점장으로 있던 은행의 제일 큰 거래처가 삼미특수강이라 회사 압력에 도리가 없었다”며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초대 감독을 맡게 된 이야기, 자신을 야구로 이끌었던 큰형 현명(일제시대 한신 타이거스 투수)씨와 작은형 현덕(동산고 28년 최장수 감독)씨 이야기 등을 한참 풀어놨다.

그는 “한국 야구가 일본을 넘어서는 걸 보고 싶다”고 했다. “체격이나 체력으론 우리가 우수해. 그런데 우린 기본기가 약해요. 그저 치고받고 이기는 데만 온 신경을 쏟아. 그러니 프로선수들도 일본 가서 성공을 못하고 쫓겨 오는 거예요. 후배들이 기초·기본을 확실하게 다지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용인/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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