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광주 구장. 9회 1사까지 롯데 선발 장원준은 단 하나의 안타도 없이 기아 타선을 막고 있었다. 몸에 맞는 공 1개와 야수 실책 1개가 기아에 허락한 전부였다. 노히트노런이 눈 앞에 있었다.
프로 2년차 장원준은 신중하게 기아의 백전노장 이종범과 마주했다. 이종범은 5구째 방망이를 돌렸다. 공은 1루 쪽 땅볼이 돼 라이온의 글러브에 걸렸다. 긴장한 탓이었을까. 장원준은 멈칫하다 뒤늦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다. 이종범의 발이 더 빨랐다. 내야안타.
1993년 김원형(당시 쌍방울·20살9개월)의 프로 최연소 노히트노런 기록을 깨려던 19살11개월의 청년은 글러브를 쳤다. 하늘을 올려다 봤다. “5회 넘으면서 노히트노런을 의식했다”는 그는 경기 뒤 “울고 싶었다”고 순간의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허탈해진 그는 다음 타자 홍세완에게 1개 안타를 더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8⅓이닝 2안타 5삼진 1자책점. 롯데는 유남호 감독 대신 서정환 감독 대행이 첫 지휘봉을 잡은 기아를 11-1로 이겼다.
2003년 부산고를 졸업한 뒤 계약금 3억5천만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할 때 장원준은 빠른 공과 제구력을 지닌 좌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제2의 주형광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좋은 공을 갖고도 마운드에 오르면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3승8패 평균자책 5.63. 올 시즌 역시 신통찮았다. 급기야 양상문 롯데 감독은 6월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그를 2군으로 내려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다시 1군에 올라온 장원준은 적극성을 되찾았고, 이날 호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수원에서는 현대가 3연승을 달리던 두산을 2-0으로 물리쳤다. 현대 선발 황두성은 한화 문동환에 이어 올 시즌 두번째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다. 대구 경기에서는 한화가 최근 5연승을 달린 문동환을 앞세워 삼성을 11-3으로 꺾었다. 3위 한화는 2위 두산과의 격차를 2경기로 좁혔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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