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산업고 선수들이 4일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연습장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다.
‘외인구단’ 관광산업고 봉황기서 성남고 제압 파란
전국서 모인 19명…좌절 딛고 “한번 해보자” 맹훈
전국서 모인 19명…좌절 딛고 “한번 해보자” 맹훈
벌써 보름째. 19명이나 되는 그들이 찜질방과 학부형네를 오가며 객지생활을 한 지가. 팀이 생긴 뒤 가장 오랜 서울 체류다. 그래도 좋다. 창단하던 2002년 첫 승을 거둔 지 3년 만에 승리를 맛본 때문이다. 제주에 하나밖에 없는 고교야구팀, 제주관광산업고는 지난달 31일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예선에서 지난해 청룡기 우승팀인 성남고를 6-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4일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연습장 땡볕 아래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의 별명은 ‘외인구단’. 4명의 제주 토박이를 비롯해 서울, 대구, 광주, 울산, 강릉, 안산 등 뭍 출신들이 팀을 이뤘다. “야구는 하고 싶은데 팀이 갑자기 해체됐어요.”(김요한) “경북고에서 있었는데 주전에 틈이 없었어요. 좀더 경기를 많이 뛰고 싶었어요.”(김상진) “감독 선생님하고 같이 야구하려고 왔어요.”(김헌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은 이들은 자연스레 섞였다. 처음에는 사투리가 부끄러워 어설픈 서울말을 표준으로 썼다. 하지만 이내 서로의 토박이 말을 흉내내게 됐다. 규율과 선후배 위계보단 ‘같이 하자’는 가족적인 정과 ‘새로 해보자’는 의욕이 팀 분위기로 자리잡았다. 이게 힘들 때마다 밀려오던 “괜히 왔다,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되밀어냈다. 이제 그들은 “옆길로 새기 쉬운 대도시보다 야구만 전념할 수 있는 제주가 더 낫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그들은 선수가 모자라 야구부를 접으려던 학교의 생각도 바꿨다. 대부분 한번의 굴곡을 겪은 이들은 혹시 또 올지도 모를 실패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옛 소속팀과 맞붙으면 “당연히 더 이기고 싶다”고 했다. “상대 팀에서 우리보고 ‘승수 올려 주는 팀’이라고 할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이렇게 모였는데 또 야구 못한다는 소리나 손가락질은 받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해요. 더는 자존심 상하고 싶지 않거든요.” 프로야구 삼성 투수 출신인 성낙수 감독은 “해보겠다는 신념이 선수들의 눈동자에 보인다”고 했다. 제주의 이름 아래 모였기에 야구 불모지인 이곳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 역시 이들의 바람이다. “제주 야구도 앞으로 성적을 낼 거니까 관심갖고 봐 주세요. 우리도 안방경기 좀 하게 대회나 연습경기도 제주 와서 좀 해주시고….” 이들은 일요일인 7일 3년 전 첫승을 거뒀던 야탑고와 32강전을 치른다. 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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