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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V10 전설’ 남기고…무등야구장, 역사 속으로

등록 2013-10-04 20:32수정 2013-10-04 23:44

타이거즈 홈구장 역사 마감
내년부터 최신식 새 구장서 경기

32년간 ‘한국시리즈 10승’ 산실이자
80년대 ‘광주의 설움’ 달랬던 공간
앞으로 아마추어용 탈바꿈 계획
“쭉 허물지 말고 추억 살렸으면…”
무등야구장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의 오른쪽 어깨 위에는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어깨 너머 야구장 오른쪽 담장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노을처럼 이날을 끝으로 무등야구장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광주 무등야구장이 4일 기아(KIA)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 넥센전을 끝으로 타이거즈 홈구장의 역사를 마감했다. 내년 시즌부터 기아는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최신식 2만7000석짜리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안방을 옮긴다. 선수들은 이날 고별전에서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이라는 문구를 유니폼에 붙이고 경기를 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에 위치한 무등야구장은 1965년 전국체전을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 첫 이름은 광주공설운동장이었으나 1977년 광주에서 열린 58회 전국체전 때부터 무등야구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해태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돼왔다.

해태는 약체로 출발했지만 이듬해부터 폭발적인 타선과 화끈한 공격 야구로 팬들의 인기를 모았다. 김봉연, 김성한, 선동열, 이종범 등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대스타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선동열 기아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3년에 처음으로 무등야구장에서 등판했으니 40년 동안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선수로 시작해서 지도자로 마지막을 함께하니 내게도 뜻깊은 추억의 구장”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무등야구장은 억압당하고 말 못하던 시절에 광주 시민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광주 시민들은 80년 5월 총칼로 권력을 찬탈했던 신군부에 맞서 바로 이곳에서 ‘목포의 눈물’을 합창하며 설움을 달랬다. 서슬 퍼런 군부의 감시에도 시민 수천명이 모여 한목소리로 함성을 지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1980년 5월20일에는 5·18 만행을 규탄하는 택시들의 경적시위 집결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아 팬 김대준(42)씨는 “80년대 후반 야구장에서 목청껏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나면 저절로 힘이 났다. 5월이면 야구장에 모였다가 경기가 끝나면 금남로로 몰려가곤 했다. 이런 추억의 공간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회고했다. 김문곤(51)씨는 “태정태세문단세~는 몰라도 김봉연 김성한 이종범은 안다. 다른 곳 야구장과는 다르다”고 했다.

1987년은 특별한 해였다. ‘6월 항쟁’이 일어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해태가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해태와 기아를 거치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린 타이거즈가 안방에서 광주 팬들과 우승을 함께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1991년은 대전에서, 나머지 8번은 모두 잠실에서 우승을 결정했다.

2000년대 무등야구장은 대구구장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낙후 구장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03년 7월20일 에스케이(SK)전에서 그라운드에 물방개가 등장하면서 ‘생태공원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때부터 무등구장은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팀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2008년, 2009년에는 광주 팬들이 구장 신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떠나보내려니 애틋하다. 고별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타이거즈의 오랜 팬 박질선(77)씨는 “야구장이 유니버시아드대회까지는 그대로 남는다고 하는데, 이후로도 야구장을 허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단과 시가 무등야구장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있다면 팬들과 함께한 야구장을 허물지 말고 이후 계획에 대해 좀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만2500석인 무등야구장은 앞으로 학생들과 동호인 등 아마추어를 위한 경기장으로 쓰이게 된다. 내년 대규모 보수를 거쳐 2015년 여름유니버시아드 때는 야구 보조경기장으로 쓰인다.

광주/안관옥, 허승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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