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날이었다. 류현진(27·엘에이 다저스)이 4일 휴식과 다저스타디움 징크스에 또 무릎을 꿇었다. 야수들의 어설픈 수비가 그를 도와 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안방경기에서 5이닝 9피안타 6실점(6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2패(3승)째를 기록한 그는 40이닝만에 처음으로 홈런을 허용했고 평균자책점도 2.12에서 3.23으로 치솟았다. 볼넷은 없었지만 몸에 맞는 공 하나를 내줬고 삼진은 3개를 잡았다. 류현진이 다저스 통산 10000승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물거품이 됐다. 그는 팀이 1-6으로 뒤진 6회초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 점수가 끝까지 이어지며 다저스는 패배했다.
류현진은 이날 89개의 투구 중 6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8㎞였지만 대부분 140~143㎞에 그쳤다. 변화구 제구도 좋지 않았다. 4일 휴식의 피로감이 느껴진 경기였다. 이날 패배로 류현진은 올 시즌 4일 휴식 뒤 등판한 3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고, 안방경기 첫승 사냥도 실패했다.
이날 선취점은 다저스가 뽑았다. 1회말 선두 타자 디 고든의 기습번트 안타 뒤 야시엘 푸이그의 번트와 고든의 도루로 만든 주자 3루 기회에서 4번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냈다.
문제는 2회초부터 시작됐다. 류현진은 콜로라도 선두 타자 놀란 아레나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 2명을 뜬공과 삼진으로 잡아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9번타자 투수 호르헤 데라로사의 땅볼 타구를 잡은 유격수 저스틴 터너가 1루에 악송구를 해 주자 2·3루의 위기를 맞았다. 터너는 전날 경기에서 손가락 통증을 느낀 핸리 라미레스 대신 선발 출전했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찰리 블랙먼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맞았고, 브랜든 반스에게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내주며 역전을 당했다.
류현진은 3회와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5회말 류현진 자신의 실책과 유격수 터너의 아쉬운 선택으로 실점을 했다. 콜로라도 선두타자 블랙먼이 우중간 2루타를 친 뒤 다음 타자 반스가 희생번트를 댔다. 1루 쪽으로 흐르는 공을 류현진이 백핸드로 잡으려다 놓친 뒤 다시 잡았다. 시간이 늦어 1루로 세게 송구를 했어야 하는데 약하게 던져 타자가 세이프됐다. 주자 1·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반스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가 던진 공을 잡은 유격수 터너가 런다운에 걸린 1루 주자를 아웃시켰지만, 그 사이에 3루 주자 블랙먼이 홈으로 들어와 추가점을 허용했다. 터너가 공을 들고 1루까지 쫓아가는 바람에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6회초에도 다저스의 수비 실수는 이어졌다. 콜로라도 선두 타자 저스틴 모노가 3루 베이스 위를 지나가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좌익수 스캇 밴슬라이크의 송구가 좋았다면 2루에서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었다. 2루수 고든이 공을 놓친 것도 아쉬웠다. 다음 타자 아레나도의 안타 때도 밴슬라이크가 내야 쪽 아무도 없는 곳에 공을 던졌다.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굴러왔고 단타로 막을 상황을 2루타로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았다. 허술한 수비 탓에 0아웃 주자 2·3루 위기를 맞은 류현진은 집중력이 흔들리며 올 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는 조시 러틀리지에게 3점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올 시즌 피홈런 ‘0’의 행진도 39이닝에서 멈췄다. 돈 매팅리 엘에이 감독은 터벅터벅 걸어나와 마운드의 흙을 발로 고르고 있던 류현진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브랜든 리그로 투수를 교체했다.
콜로라도 선발투수 데라로사에게 7이닝 4안타로 꽁꽁 묶인 다저스는, 9회말 상대 마무리투수 크리스 마틴에게 3안타를 쳐 2아웃 만루 기회를 맞았지만 푸이그가 3루 땅볼로 물러나며 패배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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