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 선발진 조지 베켓, 안타와 실점없는 노히트 노런
부상과 수술로 힘겨운 시기 보내다 올해 다시 선발 마운드
부상과 수술로 힘겨운 시기 보내다 올해 다시 선발 마운드
메이저리그에 시즌 첫 ‘노히트 노런’(피안타와 실점없는 경기)이 나왔다. 주인공은 류현진과 함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백전 노장’ 조시 베켓(34)이다.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베켓의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이자 다저스 구단에서 18년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다저스에선 1996년 9월 17일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이후 노히트 노런이 나오지 않았다.
베켓은 26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0타자를 상대로 볼넷 3개만 허용하고, 안타와 실점없이 홀로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9회 2사 뒤 볼넷을 허용했고, 다음 타자와도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투구수도 생애 최다인 127개에 이르렀다. 최근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가 노히트 노런 경기를 눈앞에 두고 9회말 2사에서 마지막 타자한테 안타를 맞았던 장면이 떠오를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켓은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타자 체이스 어틀리의 바깥쪽 무릎 높이로 시속 151㎞짜리 마지막 직구를 꽂아넣었다. 곧바로 심판은 경기의 끝을 알리는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켓의 구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올시즌 유난스럽던 불운을 동시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투구수 128개 가운데 80개가 스트라이크였고 탈삼진은 6개였다. 시즌 3승(1패) 달성과 함께 평균자책점은 3.14에서 2.43까지 낮아졌다.
베켓은 2000년대 보스턴 레드삭스를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 가운데 하나였다. 세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2003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2007년 ‘20승 투수’가 된 적도 있지만, 이후 구위가 하락하면서 2012년에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지난해 1승 5패 평균자책점 5.19로 부진한 데다 부상과 수술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다 올해 다시 선발 마운드에 섰다. 다저스 5선발로 나선 올 시즌에도 개막 첫 6경기에서 1패만 기록했다. 2점 이하 투구가 네차례나 됐지만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날 대기록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경기 뒤 베켓은 “내 구위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다. 노히트 노런이란 기록은 늘 상상만 하던 기록”이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투구 내용도 괜찮았지만, 좋은 수비수들이 뒤에 있었던 덕분”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이 이기는 것을 돕고 싶다고 말해 왔다. 몸 상태만 괜찮으면 여전히 팀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직은 내 구위가 충분히 통한다고 믿었다.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타선도 안정적인 점수를 뽑아내며 베켓의 대기록을 도왔다. 다저스 타선은 1회 디 고든의 안타와 도루에 이어 4번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2루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선두타자 저스틴 터너가 홈런을 뽑아 손쉽게 기선을 제압했다. 6회 1점을 추가한 다저스는 3-0으로 앞선 7회 디 고든이 다시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과 도루, 상대 실책을 묶어 추가점을 뽑았고, 이어진 공격에서 3번 야시엘 푸이그와 4번 곤잘레스의 적시타 두방 등으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베켓의 역투와 모처럼 시원하게 터진 타선을 앞세워 6-0으로 필리스를 꺾고, 하루 전 패배를 설욕했다. 다저스는 이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게 0-7로 패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콜로라도 로키스를 반 경기차로 추격했다. 반면 필리스는 1969년 4월18일 이후 35년만에 홈경기 노히트 노런 패배라는 아픔을 당하게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