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밸런스를 잃게 한 7회말 다저스의 공격
공격 가담 뒤, 곧바로 이어진 투구서 실투 허용
공격 가담 뒤, 곧바로 이어진 투구서 실투 허용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이에스피엔>(ESPN)이 “상대 타선이 넋을 잃었다. 거의 퍼펙트에 근접했다”고 평가할 만 했다. 27일(한국시각) 류현진(27·LA 다저스)의 경기는 완벽했던 구위만큼이나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날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은 7회까지 21타자를 상대로 한 타자한테도 1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경기를 펼쳤다. 않았다. 최고 시속 153㎞에 이르는 묵직한 직구의 위력이 대단했고, 느린 커브와 섞어 던지는 명품 체인지업이 상대 방망이 앞에서 춤을 추듯 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압도적인 구위로 퍼펙트 분위기가 무르익던 8회 류현진은 레즈의 선두타자 토드 프레이저한테 두 개의 체인지업을 잇따라 던지다가 안타를 맞고 대기록이 깨졌다. 류현진이 자랑하는 체인지업이 실투성으로 높게 들어간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더 아쉽게 느껴진 것은 류현진의 투구 밸런스를 잃게 한 7회말 다저스의 공격이었다. 차분하게 투구를 이어가던 류현진이 공격에 가담한 뒤, 곧바로 이어진 투구에서 실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7회 공격에서 류현진은 1사 2, 3루 상황에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로 나갔다. 상대 유격수 잭 코자트가 홈 송구를 노리다가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하면서 류현진도 살아나간 것이다. 1점차 박빙의 리드에서 2-0으로 앞서가는 소중한 타점을 류현진이 직접 뽑았고, 이어지는 2사 1, 2루 상황에서 칼 크로포드의 2루타 때 류현진이 득점까지 올리면서 이때 다저스는 4-0으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하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이 과정이 오히려 대기록 달성에 ‘독’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크로포드의 적시타가 터질 때 2루에 있던 류현진이 빠른 걸음으로 홈까지 질주했고, 다음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볼넷을 얻으면서 덕아웃에서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다음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2구째 만에 아웃으로 물러났다. 류현진으로선 곧바로 이어진 수비에서 호흡과 투구 흐름을 방해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1사 1, 3루에서 디 고든이 내야 땅볼을 치자 3루에 있던 에리스엘 아루에바레나가 성급하게 홈으로 뛰어들다 아웃된 대신 류현진이 2루에 진루하게 된 장면도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주자 둘 중 하나가 아웃되는 상황에서 노련미를 발휘했다면, 아루에바레나가 3루에 머물고 주루 플레이가 약한 류현진이 아웃되도록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루에바레나의 아쉬운 주루 플레이가 공격 과정에서 류현진을 경기장에 오래 머물수 밖에 없게 했다. 야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장면이지만, 대기록이 걸려있던 상황이어서 진한 미련이 남는 대목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류현진이 8회 들어서자 마자 이날 줄곧 막강한 구위를 보이던 직구 대신 130㎞대 초반 체인지업을 잇따라 던진 것도 이런 ‘공격 후유증’ 탓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기 뒤 류현진은 ‘다저스의 공격이 길어진 탓에 리듬이 끊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 팀 공격이 길어지는 일은 예사인데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숨겼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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