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같은 ‘쿠바 거포’ 푸이그는 무홈런
잔카를로 스탠턴(마이애미)의 무시무시한 스윙에 맞은 공은 관중석 3층 상단에 날아가 꽂혔다. 추정 비거리가 무려 155m까지 측정됐다. 국내 구장이었다면 야구장을 한참 넘어 경기장 외부 시설을 파손할 만한 초대형 홈런이었다.
15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는 때마침 내린 비로 만들어진 무지개를 따라 궤적을 그린 대형 홈런이 쏟아졌다. 이른바 ‘레인보 홈런’은 관중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내셔널리그가 자랑하는 거포 스탠턴은 1라운드에서 130m 이상 대형 홈런을 잇따라 쏘아 올렸고, 아메리칸리그에선 홈런 더비 주장을 맡은 호세 바우티스타(토론토)가 홈런 10개를 터뜨려 맞불을 놓았다.
진짜 주인공은 디펜딩 챔피언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사진)였다. 세스페데스는 1라운드에서 홈런 3개에 그치면서 ‘스윙 오프’(3차례 스윙으로 승자 가리기)를 거쳐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세스페데스는 2라운드 홈런 9개, 3라운드 7개로 결승에 진출한 뒤, 토드 프레이저(신시내티)를 홈런수 9대 1로 완전히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쿠바에서 탈출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세스페데스는 2년 연속 올스타 홈런왕에 올랐다. 1998~1999년 켄 그리피 주니어(은퇴) 이후 15년 만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차례밖에 없는 진기록이다. 세스페데스는 “좋은 공이 들어와서 홈런 치는 데 특별한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며 공을 던져준 팀 동료 숀 둘리틀(투수)에게 공을 돌렸다. 스탠턴의 고향 후배이자 나란히 ‘쿠바산 괴물’로 통하는 야시엘 푸이그(LA다저스)는 첫 홈런 더비 출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라운드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한 무홈런으로 체면을 구겼다.
올해 홈런 더비는 출전 선수를 10명으로 늘리는 대신 선수당 아웃카운트(홈런 아닌 스윙수)를 10개에서 7개로 줄여 더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됐다. 본 경기인 올스타전은 16일 열린다.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내셔널리그)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아메리칸리그)가 선발로 나선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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