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훈의 직선타가 엘지(LG) 2루수 박경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며 경기가 끝나는 순간, 황재균은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경기의 패배가 자신의 결정적 실책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엘지와의 안방경기 8회초는 롯데엔 악몽의 이닝이었다. 7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장원준은 5-2로 앞선 상황에서 무사에 주자 2명을 출루시키고 이정민으로 교체됐다. 이정민은 엘지의 대타 이병규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은 내줬지만 박용택과 브래드 스나이더를 삼진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진영의 강습 타구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황재균의 글러브를 맞고 내야안타가 되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 교체 등판한 롯데의 마무리 투수 김승회가 엘지 채은성에게 유도한 내야땅볼이 다시 황재균에게 갔다. 살짝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긴 했지만 안정적으로 공을 잡은 황재균은 1루로 강하게 송구했다. 하지만 공은 원바운드되며 1루수 박종윤 뒤로 빠졌고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왔다.
동점을 허용하는 순간 허탈한 표정을 지은 김승회는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다시 이어진 만루 위기에서 최경철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5-6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는 이대로 끝났고 롯데는 6연패 수렁에 빠졌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4위 엘지는 3연승을 달리며 이날 엔씨(NC)에 패한 5위 두산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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