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근(맨 왼쪽)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야구대표팀이 9월1일부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타이 빠툼타니의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 앞에서 31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 정도로 깊은 안타는 노바운드가 아니라 원바운드로 쏴야 해!”
18살 이하 청소년야구대표팀 이효근(46·마산고 감독) 감독의 목소리가 타이 빠툼타니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수비 훈련 때 외야수의 홈송구가 어정쩡한 곳에서 바운드되며 포수가 잡지 못하자 더그아웃에서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가진 현지 적응훈련에서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대표팀은 9월1일 오전 11시(한국시각)에 열리는 예선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대비해 31일 오전과 오후에 2시간씩 훈련을 했다. 오전 연습은 내·외야 수비, 배팅, 투구, 주루 등 기본기에 집중됐고, 오후엔 점수를 짜내기 위한 스퀴즈 번트를 중심으로 작전 훈련을 했다. 내야수비는 주자 상황별로 진행됐다. 땅볼을 잡은 선수들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자 김경환(44·김해고 감독) 코치는 “천천히 하는 게 가장 빠른 것”이라며 차분한 플레이를 지시했다. 이 감독도 “화려한 더블 플레이도 좋지만 주자 한 명이라도 확실하게 잡자”며 안정적인 수비를 지시했다.
외야 수비는 김병효(47·서울고 감독) 코치가 지휘했다. 강렬한 햇볕과 습한 날씨에 선수들이 지친 표정을 지으며 공을 놓치자 김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면 안돼! 야구장에 들어왔으면 집중을 해야지!” 이 말은 들은 선수들은 서로 “파이팅!” 구호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훈련 초반에 산만했던 선수들은 점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감독은 “훈련에 만족한다. 총알은 장전됐고 이제 쏘기만 하면 된다”며 대만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훈련 도중 장인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지만 흔들림 없이 선수들을 계속 지휘했다. 큰 대회에 참가한 지도자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애써 슬픔을 감췄다.
대회가 열리는 퀸 시리키트 야구장은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던 방콕 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린 곳이다. 그 뒤 2003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이 대회도 한국이 우승해 대표팀에겐 행운의 장소다. 하지만 경기장 사정은 좋지 않았다. 외야엔 잔디와 잡초가 섞여 있었고 심지어 곳곳에 버섯도 자라고 있었다. 땅볼이 많은 내야 사정도 좋지 않았다. 이 감독은 “내야에 돌이 많고 구멍도 많아 불규칙 바운드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대표팀은 지난 30일 저녁 7시(현지시각)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에 도착했다. 스포츠센터 안에 마련된 숙소엔 한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하는 8개국 선수단이 모두 함께 머무른다. 방과 식당 외에 편의시설이 전혀 없고 주최 측이 마련한 식사도 각 대표팀 선수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였다. 선수들이 몸을 닦을 수건도 없어 대한야구협회 직원이 외부에서 사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다른 팀과 똑같은 환경에서 숙식을 하고 시합을 치르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강응선(제주도야구협회장) 단장은 “환경은 열악하지만 리틀야구가 세계 정상에 오른 것처럼 청소년 대표팀도 반드시 우승을 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빠툼타니(타이)/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9월1일부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타이 빠툼타니의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31일 진행된 한국 대표팀의 배팅 훈련 때 이효근(왼쪽) 감독이 던져주는 공을 최정용(18·세광고3)이 받아치고 있다.
청소년야구대표팀이 9월1일부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타이 빠툼타니의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31일 오전 훈련을 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9월1일부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타이 빠툼타니의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31일 한국 대표팀의 투수 수비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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