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야구대표팀의 황대인(왼쪽)이 김병호 코치의 타격 지도를 받으며 그가 던져주는 공을 치고 있다.
“오늘은 짧게 짧게 끊어치는 날이야! 크게 휘두르지 말자!”
1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과의 B조 예선 1차전이 열리기 전 아침 7시30분(현지시각). 김병효(47·서울고 감독) 코치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타이 빠툼타니의 퀸 시리키트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20분 동안 타격 훈련을 했다. 김 코치는 배팅볼을 치는 선수들의 타구가 낮게 뻗어나가는 직선타가 될 때마다 “좋아, 좋아! 그래, 그래, 나이스 배팅!”이라고 외치며 격려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방망이에 빗맞는 타구가 나올 때마다 컨택트 위주의 간결한 스윙과 방망이 머리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스윙을 강조했다.
길지 않은 연습시간 탓에 한명 한명 배팅볼 순서가 빠르게 지나갔고, 이날 경기에 6번 타자로 나설 황대인(경기고3)의 차례가 왔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스윙을 하지 못했다. 타구도 계속해서 평범한 외야 뜬공이 됐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좋지 않은 표정을 짓자 김 코치가 말했다. “황대인! 상체를 세우고 스윙을 해야지. 자꾸 몸통이 뒤로 눕혀지잖아!” 불호령을 들은 황대인은 자세를 고쳐 잡고 스윙을 했지만 여전히 타구의 질이 좋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 코치는 배팅볼을 마친 황대인을 따로 불렀다. 세밀한 지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상체를 뒤로 눕히며 몸쪽 공을 치려고 하니까 자꾸 방망이 손목 부문에 공이 맞는 거야. 그러니 평범한 뜬공이 나오지. 자, 다시 한번 쳐 봐.” 그는 직접 공을 토스해 티배팅 연습을 시키며 조목조목 조언을 했다. 김 코치의 지시대로 자세를 바꾸니 황대인의 타구가 점점 낮고 빠르게 그물을 맞혔다.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에서 1시간여 뒤에 열릴 대만전의 활약이 기대됐다.
아니나 다를까. 황대인은 대만과의 경기 2회말 상대 선발투수 왕유푸의 4구째를 받아쳐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1점홈런을 터뜨렸다. 그것도 경기 전 연습 때 지적받은 몸쪽으로 오는 공을 받아쳐 중견수 뒤 담장을 직선으로 넘기는 대형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만들어냈다. 김 코치의 짧지만 정확했던 ‘쪽집게 과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황대인은 홈런을 포함해 멀티안타(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경기는 9-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는 “대회가 열리기 전 예비명단 소집 훈련 때부터 이효근 감독님과 김병효 코치님이 타격자세에 대해 지도를 많이 해주셔서 스윙이 좋아졌다. 이곳 현지에 와서도 두 분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빠툼타니(타이)/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