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풍년이다. 경기마다 볼넷이 쏟아진다. 덩달아 경기 시간은 늘어난다. 요즘 트렌드가 된 출루율은 높아졌지만 말이다.
볼넷 인플레이션은 일단 수치적으로 드러난다. 작년에는 개막 72경기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6.68개였는데 71경기를 치른 올해(20일 기준)는 8.76개다. 경기당 얼추 2개가 더 늘었다. 2019년(70경기 평균 7.63개), 2018년(69경기 6.91개), 2017년(70경기 6.39개)보다 더 많다. 왜일까.
일단 국내 스프링캠프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추운 곳에서 훈련하다 보니 투수들 처음 공 던질 시기가 1주일가량 늦어졌다. 시범경기 수도 예년보다 적어서 투수들이 개막에 맞춰 볼 개수를 늘릴 시간이 부족했다. 시즌 전 감독들이 걱정했던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야구 전문가들은 다른 얘기를 꺼낸다. 수도권 구단의 한 투수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커맨드 쪽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구속이 시속 140㎞ 이상 되는 선수만 프로 지명을 받기 때문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속구 구속만 신경 쓰다 보니 제구력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처럼 나무 배트를 쓰는 것도 제구력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알루미늄 배트를 쓸 때는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좌우 코너 제구력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나무 배트를 쓰다 보니까 커맨드보다는 힘으로 눌러도 못 이기는 아마추어 타자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속구 위주로 던지다 보니 변화구 구사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투수코치는 “예전에는 아마추어 투수들도 속구 외에 확실한 변화구 하나 정도는 있었다. 그런데 요즘 속구 스피드는 늘었는데 변화구 구사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투수들 기량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꼬집었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제구력은 많이 던지면 좋아지는데 최근 구단에서 훈련 자체를 많이 안 시킨다. 어떤 구단은 캠프 때 공을 던지고 싶은 투수만 던지게 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부상 걱정으로 투수들이 몸을 사린 감이 없지 않다. 갈수록 새로운 구종을 안 배우고 연마를 안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투수들 변화구 제구가 안 되는 것을 아니까 타자들이 전부 속구만 노리고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제구가 불안하니까 몸쪽 공을 못 던지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훈련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볼넷은 증가했지만 몸에맞는공(경기당 평균 1.17개)은 예년과 비슷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밖에도 심판 콜 미스가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계속 회자되면서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이 유독 좁아졌다는 얘기도 현장에서 흘러나온다. 대폭 늘어난 볼넷은 복합적 원인이 융합된 결과라고 하겠다. 스프링캠프 훈련 부족이라면 시즌을 치를 수록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하향적 평준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라면 KBO리그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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