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2년만에 정상 탈환
최나연·박인비 2·3위 휩쓸어
최나연·박인비 2·3위 휩쓸어
마지막 홀 컵까지 30㎝.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 공을 홀 컵으로 떨어뜨리자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필드 위로 뛰어들어 우승 샴페인을 퍼부었다. 몸을 흠뻑 적신 유소연은 “그동안 (내가 우승을 놓치면서) 인비 언니한테 다섯번쯤 샴페인으로 축하를 해줬다. 나도 샴페인을 맞을 준비가 돼 있었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다”며 기뻐했다.
유소연이 25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헌트앤드컨트리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이후 무려 2년 만의 우승. 그 사이 유소연은 준우승 4차례를 포함해 27차례 톱 10에 들었다. 기복 없는 성적으로 세계순위 9위를 유지하면서도 지독히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 뒤 유소연은 “기회가 와도 ‘이번에도 우승을 못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벽 하나를 넘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군가 ‘우승 없이 매 경기 톱 10에 드는 것과 한번의 우승 뒤 모든 경기 컷오프를 당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좋냐’고 물었을 때 정말 고민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우승하고 싶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첫날 9언더파를 시작으로 나흘 연속 60타대(63-66-67-69) 타수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마지막날 3언더파로 부진했지만 9번홀에서 4m짜리 롱퍼팅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2위 최나연(27·SK텔레콤)이 1타 차까지 추격해 온 16번홀에서는 1.5m짜리 버디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유소연은 “최근 퍼터를 바꾼 뒤 퍼트 리듬을 찾은 게 우승 계기가 됐다. 남은 목표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박인비와 함께 시즌 최다 언더파(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23언더파) 타이를 기록했다. 2011년 유에스(US) 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엘피지에이 개인통산 3승째도 따냈다. 세계순위도 네 단계 상승한 5위로 오를 전망이다.
유소연에 이어 최나연이 21언더파 267타, 박인비가 18언더파 270타로 2~3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유소연과 최나연은 오는 10월 박인비의 결혼식 때 신부 들러리로 나서기로 하는 등 끈끈한 우정도 과시했다.
유소연의 우승으로 이미림(마이어 LPGA 클래식), 박인비(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와 함께 한국 선수들이 최근 엘피지에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2012년부터 2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7·고보경)는 공동 55위에 그쳤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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