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29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UAE 선수들을 상대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베스트 일레븐’이 독이 됐을까. 물오른 조직력으로 기록을 써왔던 벤투호의 무패행진이 두바이에서 멈춰 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UAE에 0-1로 졌다. 벤투호는 이미 지난달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짓고 24일에는 11년 만의 이란전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려왔으나 이날 패배로 얼룩을 남겼다.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성적은 7승2무1패. 이날 레바논에 2-0 승리를 거두며 다시 1위로 올라선 이란에 이어 A조 2위를 기록했다.
“하던 대로 최선의 선수들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던 벤투 감독은 이란전 선발 명단을 거의 그대로 들고 나왔다. 황의조가 최전방 꼭짓점을 맡고, 황희찬과 손흥민이 날개 공격수로 나섰다. 2선 이재성, 권창훈, 3선 정우영이 중원에 자리했다.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김태환이 수비라인을 받쳤다. 단 한자리 골키퍼만 이란전과 달랐다. 벤투호의 붙박이 수문장 김승규가 아니라 조현우가 지난 1월 평가전 이후 5경기 만에 선발 출전했다.
‘선 수비 후 역습’ 기조를 들고나온 아랍에미리트는 전반 초반부터 기민한 압박으로 경기를 팽팽하게 가져갔다. 한국은 이날 점유율을 8-2 수준으로 압도하면서도 경기 초반 연달아 수비 실책을 범하며 흔들렸다. 이란전에 이어 돌격대장 황희찬이 몇 차례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기회를 열었지만 방점을 찍지 못했다. 전반 42분 황희찬은 코너킥 상황에서 키퍼가 쳐낸 공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때려냈으나 골대를 맞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2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전반전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초 먼저 일격을 날린 쪽은 아랍에미리트였다. 후반 9분께 길게 넘어온 공을 연결받은 아랍에미리트의 하렙 압둘라가 일대일 기회에서 조현우를 뚫어내며 선제 득점을 올렸다. 압둘라의 A매치 데뷔골이자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을 상대로 넣은 11년 만의 첫 골이었다. 이후 한국은 남태희, 조영욱을 투입하며 내려앉은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공세를 퍼부었으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14분 황의조의 헤더와 후반 45분 손흥민의 프리킥이 모두 알메스마리 골키퍼에 막혔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이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황희찬은 경기 뒤 “UAE 선수들이 굉장히 잘했고 잘 준비해서 나왔다.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오늘 경기를 졌다고 해서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 자부심을 갖고 월드컵을 더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무패 1위는 이루지 못했지만 벤투호는 본격적인 본선 준비에 앞서 값진 반면교사를 얻었다. 한국에 승리한 아랍에미리트는 자력으로 A조 3위를 달성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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