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23골 득점왕 등극 손흥민]
아시아인 첫 5대리그 ‘황금 신발’
후반 5분새 2골 몰아치기 드라마
아버진 손웅정, 7년간 기본만 시켜
아시아인 첫 5대리그 ‘황금 신발’
후반 5분새 2골 몰아치기 드라마
아버진 손웅정, 7년간 기본만 시켜

토트넘의 손흥민이 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2021~2022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3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 경기에서 리그 23호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노리치/로이터 연합뉴스
이것은 기적이다 - 신문선 명지대 교수
100년 안에 나오기 힘들다 - 김대길 해설위원손흥민(30·토트넘)이 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38라운드 노리치 시티전(5-0 승) 멀티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리그 공동 득점왕(23골)에 오르자 나온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시아 선수로 유럽 축구 빅5(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 무대에서 ‘골든부트’(황금 축구화) 트로피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소속팀 토트넘은 4위를 확정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날 손흥민의 리그 22·23호골은 후반전에 나왔다. 전반엔 몸이 굳었고, 슈팅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달라졌다. 신문선 교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오토매틱으로 몸에 밴 기술이 나왔다. 특히 두번째 골은 한순간에 점과 선을 연결한 한 폭의 예술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이뤄진 무아지경의 슈팅은 수만번 반복한 습관의 결과다. “기본기 훈련에만 7년을 보냈다”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의 말처럼, 오른발잡이인 그는 왼발의 달인이기도 하다. 범접 불가능한 드리블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나 흉내 내기 어려운 직선 돌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또 다른 유형이다. 지독한 훈련의 결과, “마치 저축해 놓은 것을 인출하듯이, 골을 넣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세계 최고의 이피엘(EPL)에서 득점왕에 오른다는 것은 힘들다. 손흥민 자신이 기록을 깨지 않는 한 100년 안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아시아 최초” 대 “큰 의미 없다”
21세기 한국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자장 안에 있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시설 등 하드웨어나 선수의 국외 진출이 체계를 잡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희망을 품게 됐다. 윤영길 한체대 교수는 “앞으로 한국 축구는 월드컵이 아니라 손흥민이 기준점이 될 것이다. 미래세대는 손흥민을 보고 뛸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 최초라는 강조점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신문선 교수는 “개인으로서도, 아시아인으로서도 한계를 돌파했다. 동료들이 그를 축하하고 인정하는 장면에서 드러났다”고 했고, 김대길 해설위원은 “20골 이상의 두 자릿수는 급이 다른 것이다.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윤영길 교수는 “기존의 축구 환경에서 아시아가 열악했다. 지금은 축구 환경이 달라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흥민이 23일(한국시각)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뒤 골든부트(황금 축구화)를 들고 있다. 노리치/AP 연합뉴스
손웅정씨는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슈퍼스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늘 거꾸로 가는 아버지는 스스로 야인, 비주류, 또라이, 이단아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통했다. 그는 손흥민에게 7년간 리프팅 등 기본기만 시켰고, 초등학교 6학년생이 돼서야 패스와 킥, 드리블을 가르쳤다. 18살이 돼서야 상·하체 근력운동을 시작했고, “골키퍼가 가제트 팔이 아니고서야 잡을 수 없는 각도로 때리는” 감아차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선수 혹사를 피하면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그 엄한 아버지 밑에서 손흥민은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그는 득점왕에 오른 뒤 단짝 해리 케인을 포함해 “동료들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페널티킥 기회를 절대 주지 않는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에게도 “내게 기회를 준 분”이라며 칭송했다. 정상에서도 한없이 낮은 데로 향하고 들뜨지 않고 도전하는 영악함, 그게 진짜 손흥민의 힘일지 모른다. 👉 [김창금의 무회전 킥] 손웅정과 박용택, 그 ‘비범함’의 세계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1017994.html 👉 손흥민 뒤엔 아버지 손웅정 있다
https://www.hani.co.kr/arti/sports/soccer/835644.html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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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손흥민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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