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들이 지난 28일(현지시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가 열린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리버풀 관중석 앞에 도열해 있다. 생드니/EPA 연합뉴스
프랑스의 축구장에서 시작된 충돌이 프랑스와 영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잉글랜드 리버풀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치러졌던 프랑스 파리 근교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축구팬들과 프랑스 경찰, 진행요원 사이 충돌이 격화되면서 결승전 시작이 35분 가량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비비시> 등 외신은 입장 지연에 불만을 터뜨리는 리버풀 팬들을 대상으로 프랑스 경찰이
최루 가스를 살포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알렸다.
유럽축구연맹은 이후
성명을 내고 “수천명의 가짜 티켓 소지자들이 몰리면서 리버풀 쪽 개찰구가 막혔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당시 상황의 책임자인 제럴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영국 원정팬들을 혼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경찰 진압을 정당화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티켓이 없거나 위조 티켓을 지닌 수천명의 영국 축구팬들이 강제 입장을 시도하고 진행요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애써준 경찰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약 6만2000명의 리버풀 팬이 제시한 티켓 가운데
70% 가량이 위조티켓이었다”라며 “레알 마드리드 팬 97%가 킥 오프 시간(9시)까지 착석을 완료한 데 반해 리버풀 팬은 절반만 입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르마냉 장관은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부 장관과 경찰, 유럽축구연맹 등 당국자들과 회의를 연 뒤 “티켓을 소지하고도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약 2700명의 팬들”에게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부 장관(왼쪽)과 제럴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 EPA 연합뉴스
이웃나라 시민을 공개 저격한 프랑스 정치인들의 발언은 즉각 반발을 낳았다. 조앤 앤더슨 리버풀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리버풀 팬들이 프랑스 경찰과 스타드 드 프랑스 요원들에게 당한
잔혹한 처사에 넌더리가 난다. 영국 외무부는 유럽축구연맹과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진상조사에 대한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고 썼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대변인을 통해 “(최루 가스 살포 장면이 담긴) 영상을 통해 드러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파리를 방문한 무수한 리버풀 팬들이 당한 일에 대해 우리는 깊이 실망했고, 프랑스 당국과 공조해 전면 조사를 진행해줄 것을 유럽축구연맹에 촉구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상황이 격해지자 유럽축구연맹은 30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둘러싼 사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보고서를 의뢰했다”고 알렸다. 연맹은 공정한 조사를 위해 포르투갈 교육부 장관 출신 정치인 티아구 브란당 로드리게스 박사에게 대가 없이 권한을 일임했고 “모든 관계자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완성된 보고서를 공개한 뒤에 연맹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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