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왼쪽)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2002 레전드 올스타전 14살 이하 유소년팀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송종국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축구의 전설과 미래가 함께한 한판이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마무리됐다.
대한축구협회(KFA)가 기획한 2002 레전드 올스타전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렸다. 한국을 찾은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중심으로 다시 뭉친 4강 신화의 주역들은 유소년 지도 과정 ‘골든에이지’ 14살 이하 선수들과 가진 8대8 경기(전후반 각 30분)에서 3-4로 역전패했다. 당초 “레전드 팀 체력이 안 될 것”이라던 주최 측의 예상을 깬 분전이었다.
팀의 득점을 기뻐하는 거스 히딩크 레전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전반전은 골키퍼로, 후반전 막판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던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중계석에서 “(유소년 선수들이) 락커룸에서 11-0으로 이길 거라고 했다는 얘길 듣고 정신무장을 다시 했다”고 경기력 배경을 귀띔했다. 레전드팀 선발에는 김병지를 비롯해 이영표, 최진철, 오범석, 송종국, 이을용, 조원희, 지소연이 출전했다. 현역 지소연을 제외하면 평균 나이가 45살이 넘는다.
세월의 흔적은 경기장 곳곳에서 웃음과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경기 시작 1분 20초 만에 유스팀 김예건의 예리한 슈팅에 선제골을 내준 김병지의 펀칭 실수와 10여분을 뛴 뒤 교체돼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인 최진철과 이을용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날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베스트 선수에 뽑힌 이영표는 역전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역시 풀타임을 뛴 송종국은 “(유스팀이) 우리 때보다 수준이 확연히 높다. 이 친구들이 성장하면 2002년보다 더 좋은 성적 낼 거라고 믿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병지(왼쪽 두 번째)가 웃으면서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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