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AP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와 모리야스 하지메(54·일본)는 2018년 여름 각각 한국과 일본의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모리야스 감독이 7월, 벤투 감독이 8월이다. 약 한 달 차이를 두고 양국 사령탑에 오른 두 감독은 지금까지 2번의 맞대결에서 1승1패를 나눠 가졌고 세번째 승부를 앞두고 있다. 전술 색채도 소집 명단의 방향성도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한·일전’ 승리다.
벤투호는 27일 저녁 7시20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스타디움에서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마지막 3차전 상대로 모리야스의 일본을 만난다. 동아시아 4개 나라의 풀리그 성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3-0), 홍콩(3-0)을 연달아 꺾고 승점 6점으로 1위(골득실 +6)를 선점했고, 일본은 홍콩을 대파한 뒤(6-0) 중국과 비기며(0-0) 승점 4점에 2위(골득실 +6)를 기록 중이다. 1·2위 대결이 된 3차전이 곧 결승전이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고 일본은 이겨야 우승이다.
동아시안컵 최다 우승국(5회)에 4연패를 노리는 한국이지만 트로피보다는 대 일본전 결과에 무게가 쏠린다. “한일전은 한일전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멤버 구성을 보면 객관적으로 한국이 앞서지만 라이벌전은 해봐야 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여론이 움직이기 때문에 두 감독 모두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벤투호는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던 평가전서 유효슈팅 1개에 그치며 0-3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이 기억 때문에라도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결의는 소집 명단에서 드러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닌 탓에 해외파 차출이 어려워 국내파 위주로 팀을 꾸린 사정은 같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한국은 조규성, 김진수, 권창훈 등 대표팀 단골 K리거가 다수 차출된 데 반해 일본은 A매치 출전 경험이 없거나 10경기 미만인 선수가 대부분일 정도로 낯선 이름을 채웠다. 지난 6월에 가동했던 각 팀의 국가대표 전력과 비교하면 한국은 13명(소집 해제된 황인범 제외)이 겹치는 데 반해 일본은 3명밖에 겹치지 않는다.
선수단의 경험 부족은 일본의 약점이 될 수 있다. 김대길 위원은 “일본이 중국전에서 슈팅 24개를 퍼붓고도 결정하지 못한 것은 경험치의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김 위원은 “모리야스 감독은 기술과 패스 중심의 일본 축구에 실리와 결과를 입혀낸 좋은 지도자다. 상대 전력 분석이나 전술 준비를 치밀하게 해 올 것”이라고 경계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19년 동아시안컵에서 1위로 벤투호와 3차전을 치렀다가 0-1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바 있다. 일본은 이 대회 우승컵이 하나뿐이다. 이번만큼은 승리가 절실하다.
한국은 2021년 참패 설욕을, 일본은 2019년 준우승 한풀이를 벼르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홍콩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경기(요코하마전)와 비교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강팀이다. 최선의 컨디션으로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 역시 “어차피 한국을 이기지 않으면 우승은 없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마지막에 기뻐하고 싶다”고 했다. 27일 저녁 벤투와 모리야스의 한·일전 승패 균형이 무너진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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