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경남FC 박항서 감독
[36.5℃ 데이트] 대표선수 하나 없이 K리그 3위
경기마다 ‘미친’ 선수 나타나 행운
“고향팬들에게 희망 줘 좋아”
“너무 화가 날 땐 그냥 넘기기도” 프로축구 경남FC 박항서(48) 감독은 요즘 매 경기가 설렌다고 했다. 단지 성적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창단 첫해인 지난해보다 나아졌습니다. 조직력도 갖춰졌고, 자신감도 생겼고. 희망이 보이잖아요.” 경남은 대표선수 하나 없는 멤버로 성남 일화, 수원 삼성에 이어 K리그 3위에 올라 있다. 경기마다 선수 한두명이 ‘미치는’ 바람에 컵대회에선 수원(1-0 승·4월18일), 리그에선 서울(3-0 승·4월29일)을 잡으며 상승세를 탔다. “사이클이 좋을 때가 있잖습니까? 요즘이 그런 때인 것 같아요.” ‘돌풍 비결’을 묻는 질문에 행여 액이라도 닥칠까봐 조심스레 말을 아낀다. “난 경남FC의 공장장” =“수원이나 서울과 붙으면 안방팬들이 훨씬 많이 들어옵니다.” 경남은 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창원과 마산을 안방으로 삼고 있지만 성적만큼 관중이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는 수원이나 서울처럼 이름 내세울 만한 스타급 선수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될성부른 선수들을 잘 키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전 공장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죠.” 훌륭한 상품(성적)을 얻기 위해 직원들을 부리는 것도 공장장 몫. “수요일 컵대회에 2진급 선수를 내보낸다고 ‘컵대회를 포기했다’고 하는데, 이기고 싶지 않은 경기가 어딨겠어요.” 부족한 선수로 일주일 두 경기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생팀(2006년 1월 창단)에 도민구단이라 안방경기는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야 되거든요.” 주말 안방에서 열리는 리그에 대비해 원정 컵대회는 2진급 선수들로 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9일 원정 컵대회에선 1진들을 내보낸 안방팀 서울과 0-0으로 비겼고, 12일 정규리그에선 전남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리그에서만 3연승이다.
‘어머니’도 됐다, ‘아버지’도 됐다=박 감독은 1989년부터 2005년 경남 감독이 되기 전까지 15년 넘게 프로와 대표팀을 오가며 코치 경력을 쌓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첫골을 터뜨린 황선홍이 박항서 당시 대표팀 코치를 끌어안던 장면은 사람들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박 감독은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엄한 카리스마와 대비되는 ‘어머니상’으로 비유되곤 했다.
히딩크 감독 얘기를 꺼내자 그도 기억이 살아나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치밀하고 계획적인 분”이라고 회상한다. “잘못을 선수 스스로 깨닫고 말하게 했어요. 그런 뒤 보충 설명을 해주는 스타일이었죠.” 감독이 된 그의 스타일은 어떨까? “역할 따라, 상황 따라 각양각색이죠. 너무 화가 날 땐 오히려 그냥 넘기기도 합니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도 고향팀(그는 경남 산청 생초 출신이다)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흐뭇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고향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한다. 신생팀 초대 감독으로서 부담과 책임감이 크지만 “상대가 강할수록 선수들이 더 힘을 낸다”고 한다. 풍요롭진 않지만 외롭지도 않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결정적 한마디’를 남기며 훈련 중인 선수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또 누가 나타나 상대를 무너뜨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고향팬들에게 희망 줘 좋아”
“너무 화가 날 땐 그냥 넘기기도” 프로축구 경남FC 박항서(48) 감독은 요즘 매 경기가 설렌다고 했다. 단지 성적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창단 첫해인 지난해보다 나아졌습니다. 조직력도 갖춰졌고, 자신감도 생겼고. 희망이 보이잖아요.” 경남은 대표선수 하나 없는 멤버로 성남 일화, 수원 삼성에 이어 K리그 3위에 올라 있다. 경기마다 선수 한두명이 ‘미치는’ 바람에 컵대회에선 수원(1-0 승·4월18일), 리그에선 서울(3-0 승·4월29일)을 잡으며 상승세를 탔다. “사이클이 좋을 때가 있잖습니까? 요즘이 그런 때인 것 같아요.” ‘돌풍 비결’을 묻는 질문에 행여 액이라도 닥칠까봐 조심스레 말을 아낀다. “난 경남FC의 공장장” =“수원이나 서울과 붙으면 안방팬들이 훨씬 많이 들어옵니다.” 경남은 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창원과 마산을 안방으로 삼고 있지만 성적만큼 관중이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는 수원이나 서울처럼 이름 내세울 만한 스타급 선수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될성부른 선수들을 잘 키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전 공장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죠.” 훌륭한 상품(성적)을 얻기 위해 직원들을 부리는 것도 공장장 몫. “수요일 컵대회에 2진급 선수를 내보낸다고 ‘컵대회를 포기했다’고 하는데, 이기고 싶지 않은 경기가 어딨겠어요.” 부족한 선수로 일주일 두 경기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
히딩크 감독 얘기를 꺼내자 그도 기억이 살아나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치밀하고 계획적인 분”이라고 회상한다. “잘못을 선수 스스로 깨닫고 말하게 했어요. 그런 뒤 보충 설명을 해주는 스타일이었죠.” 감독이 된 그의 스타일은 어떨까? “역할 따라, 상황 따라 각양각색이죠. 너무 화가 날 땐 오히려 그냥 넘기기도 합니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도 고향팀(그는 경남 산청 생초 출신이다)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흐뭇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고향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한다. 신생팀 초대 감독으로서 부담과 책임감이 크지만 “상대가 강할수록 선수들이 더 힘을 낸다”고 한다. 풍요롭진 않지만 외롭지도 않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결정적 한마디’를 남기며 훈련 중인 선수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또 누가 나타나 상대를 무너뜨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