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까지 올라온 ‘정규리그 5위’
K리그에 포항발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바람의 방향만 바뀌는 단순한 돌풍이 아니다. 포항 스틸러스가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정규리그 5위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는 태풍급으로 커지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1승6무9패(승점39점)로 5위를 차지했다. 26라운드 최종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3-2로 꺾으면서 올 시즌 첫 도입된 6강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극적으로 잡았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 중 유일하게 정규리그 실점이 득점보다 많았는데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챔피언 결정전까지는 3경기를 이겨야 한다. 상대가 모두 상위팀이고, 경기장은 모두 적지였다. 하지만 포항은 승부차기 끝에 정규리그 4위 경남FC를 물리치고 첫판을 따냈다. 3위 울산 현대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득점 공식’ 따바레즈-김기동이 돕고 전반 34분 황재원이 선취골, 후반 31분 이광재가 역전 결승골을 뽑아내며 2-1로 승리했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10월31일 정규리그 2위 수원 삼성마저 1-0으로 격침시키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포항은 따바레즈·김기동이 포진한 미드필드에서 상대팀을 압도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갈 뿐 아니라, 득점의 물꼬가 터지지 않을 때는 직접 나서 그림같은 각도의 명품 프리킥(따바레즈)과 강력한 중거리슛(김기동)으로 골까지 터뜨리고 있다. ‘특급조커’ 이광재가 6강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은 정규리그 최종전부터 3경기 연속골로 가세하면서 연승을 달려왔다.
이제 남은 상대는 성남 일화. 전신 일화 천마 시절을 포함해 1993∼1995년, 2001∼2003년 두차례 3연패를 포함해 K리그를 7번이나 제패한 강호. 수문장 김용대, 미드필더 김두현, 중앙수비 김상식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골격을 이룬 자타공인 최강팀. 하지만 포항은 올 시즌 전적에서 성남에 1승1무로 앞서 있다.
포항으로선 1992년 이후 15년간 풀지 못했던 리그 우승의 한을 푼다는 각오다. 포항은 지난 2004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에 져 준우승에 그친 아픔도 있다. 챔피언전은 4일 포항의 안방 스틸야드에서 시작돼 11일 탄천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하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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