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팀에는 한 명의 영웅이 있지만, 그 영웅도 하나의 팀을 갖고 있다. 그리고 팬이 없는 축구는 아무 것도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 14개팀 감독들이 하나씩 품고 온 마음 속 말들을 꺼내놓고 2008 K리그(3월8일~12월7일) 9개월간 대장정의 출발을 선언했다. 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기자회견에서 각 팀 감독들은 “팬을 위한 축구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팀의 목표에 대해선 각기 다른 출사표를 던졌다.
“(팬이)원한다면 못추는 춤이라도…”(조광래) “마음 아프게 해서 송구스럽다”(차범근) “지난해보다 매 경기 5천명 더!”(장외룡) “잔치를 벌이겠다”(변병주). 모두가 팬들을 향한 구애 발언이었다. 감독들은 기술을 앞세운 속도감 있는 경기와 깨끗한 플레이를 강조했다.
새내기 감독들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관심을 모은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경기장에선 지고 싶지 않다. 특히 파리아스 포항 감독이 매직을 일으켰는데 나도 매직을 일으키고 싶다. 포항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며 도발했다. 역시 한국 무대가 낯선 알툴 베르날데스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한국 스타일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질문한 사람과 경기장에서 춤을 추겠다”고 했다. “우승을 한다면 어떤 팬서비스를 하겠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학범(성남 일화) 차범근(수원 삼성) 최강희(전북 현대) 등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이란 평가를 받는 감독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변병주(대구FC) 조광래(경남FC) 김호(대전 시티즌) 장외룡(인천 유나이티드) 등 시민구단 감독들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각 구단에서 한 명씩 함께 자리한 선수들은 감독들에게 애교섞인 ‘요구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원 주장 송종국은 앞뒤 없이 “감독님, 사랑합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정효(부산)는 “너무 좋아서 불만이 없다”고 했다. 광주 상무 김승용은 “더 많은 휴가”를 바란다고 했다. 멋진 골 세리모니를 펼치면 10만원씩 상금을 주는 인천의 임중용은 “수비수도 고려해 달라”며 애원했다.
행사장에는 25년째를 맞은 프로축구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 제작된 우승트로피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파리아스 감독은 “트로피가 너무 아름답다. 욕심 난다”고 했고, 장외룡 감독은 “우승하면 경기장을 찾은 모든 팬들이 한번씩 만져보게 하고 싶다”고 했다. 트로피 하단에는 팀이름과 우승연도가 새겨지고, 다음 시즌 우승팀이 결정될 때까지 트로피를 보관하다 실제 트로피와 외형이 동일한 황동 복제 트로피와 맞바꾸게 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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