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금 기자
타임아웃 /
수업도 없는 강훈련, 승리지상주의 깡다구 축구, 감독의 욕설과 선배들의 구타, 감옥같은 합숙소 문화… 고교축구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암울한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얼음장 밑에서도 새싹은 돋는가보다. 올해 8개 고교팀을 중심으로 시작된 ‘고교클럽 챌린지 리그’(3.22~7.12)에서 한국 기술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클럽이란 유럽의 클럽축구와 한국의 학원축구가 결합한 변종 모델이다. 각 지역의 프로팀이 18살 이하 청소년클럽(프로구단의 의무사항임)을 두지 않고, 대신 연고지역의 한 축구고교를 선정해 팀을 관리하는 것이다.
FC서울의 경우 동북고를 연고학교로 지명했다. 국가대표 출신 최진한 감독을 부임시켜 잔디훈련장에서 고급 축구를 가르친다. 하루 한 경기씩 일주일간 파김치가 되도록 뛰어야 하는 전국대회에 나갈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이 행복하다. 주말 홈앤어웨이 리그전 빼놓고는 경기가 없다.
이렇게 되자 서울지역의 중학교 축구선수들은 동북고 가는 게 마치 명문대 입학하는 것과 같다. 최고의 시설과 코치진이 있고 박주영 등 FC서울 프로 선수들과도 만날 수 있다. 졸업할 때 FC서울이 지명하는 4명에 포함되면 곧바로 프로행이다.
물론 아직은 초기다. 대부분의 고교축구팀은 대학입학 때 필요한 전국대회 8강에 들어야 한다는 승부지상주의에 내몰려 있다. 동북고처럼 클럽화된 팀은 수준이 높아 8강 목표에 방해가 된다며 아예 토너먼트 대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1일 경기 구리 FC서울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던 최진한 감독은 “지방학생들도 있어 아직은 학교 합숙소에서 아이들이 잔다”며 “그러나 장래에는 유럽 유소년 팀처럼 학교갔다가 훈련장 오고, 끝나면 집에 가서 쉬는 진짜 클럽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수도 가능하면 서울지역에서 선발한다고 한다. 미래 한국 기술축구는 이렇게 영글어가고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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