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인 북한여자축구대표팀의 김경화가 6일 라오닝성 선양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F조 첫 경기 나이지리아 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여자축구는 8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시작됐다. 선양/AP 연합
발등에 ‘장성의 별’라고 이름붙은 축구공이 얹혔다. 키가 1m56에 불과한데, 발을 휘두르자 ‘대포알’이 날아갔다. 공이 상대 오른 골망을 찢을 듯 흔들었고, 북한은 이 골로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산뜻한 첫발을 내디뎠다.
6일 중국 선양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축구 F조 리그 1차전에서 북한(세계순위 6위)이 나이지리아(24위)를 1-0으로 꺾었다. 개막보다 이틀이나 먼저 시작된 예선 첫 경기. 세계순위 2·4위인 독일·브라질과 ‘죽음의 조’에 든 북한으로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북한은 첫 경기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전반 27분, 터져줘야 할 시점이었다. 4·25체육단 팀 동료 리은숙(32)의 왼발 크로스를 나이지리아 수비수가 어정쩡하게 밀어내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경화가 마음놓고 오른발을 휘둘러 그림같은 선취골을 뽑아냈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8분 뒤 김경화가 다시 벌칙구역 왼쪽 밖에서 발을 바꿔 강력한 왼발슛을 때렸고, 리금숙·리은숙·리은경 ‘3인방’이 머리와 발로 번갈아가면서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42분 코너킥 땐 리금숙이 상대수비에 앞서 자리를 따내면서, 몸을 끌어당기는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골문을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지만, 리금숙은 ‘30줄’에 들어선 나이에도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후반에도 북한은 공수전환 시 스리백-포백을 번갈아 쓰면서 이렇다할 위기없이 안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승점 3점을 챙겨 F조 단독선두로 나섰다. 앞서 열린 같은 조 브라질-독일 경기는 우승후보들간 대결답게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득점없이 비겨 승점 1점씩을 나눠갖는 데 그쳤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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