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8일(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중 선수들에게 위치를 지정해주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부산 황선홍 감독 ‘공격축구’로 부진탈출 시동
“전진해, 전진!”
차분하던 황선홍(41) 감독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격축구’ 때문이다. “힘들게 공격지역까지 갔다가 왜 뒤로 돌아와? 뺏기더라도 앞으로 나가야 돼….”
8일(한국시각)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지. 황 감독은 연습경기 뒤, 수첩을 꺼냈다. 어디든 들고 다니며, 팀의 나아질 방법을 꼼꼼히 메모하는 수첩이다. 이내 선수들과 몸을 부대낀다. “보고 패스하면 무조건 오프사이드야. 공간 나면 무조건 (볼을) 넣어서 싸움 붙여”, “수비를 밀치고 뒤로 빠지든, 손으로 제끼고 앞으로 파고들든 해야지.”
마흔살이 된 지난해, 그는 감독을 시작했다. 화려했던 선수시절과 달리 프로는 ‘새내기 감독’에게 가혹했다. 선수 때는 생각조차 안해봤던 6연패와 광주 상무를 제외한 사실상 꼴찌를 경험했다. ‘초짜감독’ 꼬리표도 더는 핑계가 안된다. “다시는 그런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너털웃음 속에 쓴맛이 배어있다.
아팠던 만큼 눈매는 깊어졌다. 그는 “내 자신을 더 낮추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로 꼽히던 현역시절은 잊고, 선수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겠다는 뜻이다. 연습 때, 선수들과 같이 뛰면 골감각은 여전하다. “운동장 감각을 잃지 않아야 정확한 걸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선수들도 꼼짝 못하는 거죠.” 동떨어진 이론이 아니라면 말 한마디가 팀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제는 분명하다. “(개인) 기술이죠.” 패스성공률과 공수 밸런스, 공격의 속도와 강약조절도 문제다. 끌어 올려야 한다. 동생처럼 아끼던 안정환은 팀 이적을 전제로 전지훈련에서 빠졌다. 황 감독은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한 데다, 오래 같이 하고 싶은 후배였지만 남은 선수들을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대신, 울산 현대에서 공격자원 양동현(23)을 데려왔다. 최근 대표팀에 발탁된 정성훈(30)과 경쟁적으로 공격예봉을 날카롭게 갈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우선 정규리그 40골,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어린 감독’이기 때문에, 그는 “역시 경험이 부족하다”고 했다. 변수에 대처하는 타이밍이 늦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젊은 감독’이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겁 안나요. 초심을 잃지 않고 꼭, 열정이 있는 팀을 만들겁니다.”
안탈리아(터키)/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안탈리아(터키)/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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