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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의 외로운 ‘My way’…최후의 23인은?

등록 2010-05-31 14:52수정 2010-06-15 11:32

허정무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26명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오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소개 책자에 쓸 사진을 찍고 있다.  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허정무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26명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오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소개 책자에 쓸 사진을 찍고 있다. 파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수비·공격가담력 뛰어난 곽태휘 부상으로 더 복잡
공격수 ‘부실’…이동국 버리자니 이승렬 마뜩잖아
내리쳐야 한다.

허정무 감독한테 결단의 시간이 왔다. 1일 오후 4시(한국시각)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남들이 보면 26명 가운데 3명 탈락시키는게 뭐 그리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 선수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일 수도 없다. 전화기 칼러링도 ‘마이 웨이’(My Way)인 고집불통 허 감독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스 모의고사’ 벨라루스전 90분 ‘답답’

허정무 감독은 30일 벨라루스 평가전에서 곽태휘(교토상가)의 부상 탈락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전반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경쟁 뒤 착지를 잘못한 곽태휘는 자기공명촬영 결과 왼쪽 안쪽의 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에만 4주가 걸려 남아공 대신 귀국행 비행기표를 끊어야 한다. 확실하게 믿고 있던 선수는 탈락해버린 반면, 기존 선수들이 믿음을 준 것도 아니어서 고민은 더욱 커졌다. 허 감독은 “코칭 스태프와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최종 결정권자로서 외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


여기서 벨라루스전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허 감독은 “벨라루스전을 통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결정에 참고 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B조 첫 상대 그리스에 비교되는 유럽의 장신 벨라루스 선수들을 만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가 평가전임에도 워낙 강력하게 달라붙으면서 경기가 과열됐다. 그러나 역습과 전방패스의 속도가 떨어졌고, 공격수가 수비에 묶여 고립됐고, 고지적응 뒤 첫 실전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제각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허 감독은 나중에 “평가를 위해 6명 교체선수와 투입시간을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뒤죽박죽됐고, 돌파구를 열어줄 선수 기용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커’ 안정환 아쉽고 이근호는 ‘평범’

가장 큰 고민은 공격진이다. 스피드, 감각, 슈팅 등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박주영(AS모나코) 말고는 모두 허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다. 월드컵 예선 때부터 동고동락하며 본선행에 큰 공을 세운 이근호(주빌로)는 평범했고, 조커임무를 맡길 안정환(다롄 스더)은 짧은 시간에도 체력에 부쳤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승렬(FC서울)을 데려가고 싶지만, 부상 회복중인 이동국(전북) 카드를 버리기는 아깝다. 딱 부러지게 우위를 보인다면 훨씬 쉬울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의 신형민(포항)과 김남일(톰 톰스크)의 비교우위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수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비 능력 뿐 아니라 공격 가담력이 뛰어난 곽태휘의 탈락이 가장 가슴 아프다. 곽태휘는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빈약한 한국의 결정력 문제를 보완해줄 강력한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25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훈련캠프에 온 이후, 코너킥 등 공격 세트플레이 때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와 곽태휘를 최전방에 투입시켜 헤딩골 터트리는 연습을 줄곧 해왔다. 곽태휘를 아꼈던 허 감독은 “월드컵 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인 것 같다. 그렇다고 부상을 걱정해 평가전을 안할 수는 없다”고 했다. 30명 예비 엔트리 가운데 탈락했던 강민수(수원)를 대체 선수로 뽑았다. 강민수가 보강되더라도 지금까지 손발을 맞춰온 시간에 비쳐보면 손실은 크다.

엔트리 23명보다 중요한건 베스트 11

이밖에 이미 굳혀진 자리에서도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허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잔디가 길고 미끄러워서 뛰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못했다”고 냉철한 비판을 했다. 사실 오른쪽 풀백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힘이 좋지만 맨투맨이나 협력수비, 공격지원 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취약점은 더 두드러졌다.

왼발 자원 염기훈(수원)도 판을 읽는 눈이 너무 평범해 허 감독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거친 플레이로 곽태휘의 부상을 불렀던 벨라루시의 감독의 말은 더 아프다. 독일 출신의 베른트 슈탕게 감독은 인터뷰에서 “매우 격렬한 경기였지만 부상을 입히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이탈리아, 독일의 해외파가 빠진 우리팀이 날카롭지 못한 한국보다 우위였고,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슈탕게 감독은 “한국은 월드컵 준비를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완전하지 않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23명의 엔트리 선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선에서 승리를 안겨줄 베스트 11명이다. 축구 기본기가 강하지 않고, 개인기 뛰어난 선수가 많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최정예 정병의 조직화가 단기전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백업요원까지 23명이지만 결국 최고의 선수 11명이 더 긴요하다. 허 감독은 “스페인 평가전(4일 오전1시)에는 (월드컵 본선에서) 뛰는 선수들이 나간다. 가동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본선 베스트와 교체선수로 나간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전을 통해 유럽선수를 대비한 좋은 공부가 됐다”는 허 감독의 마이 웨이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어떻게 본선 베스트 11의 정예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노이슈티프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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