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번개처럼 빠르고 탱크처럼 강했다

대표팀, 아르헨에 완패
메시·테베스 골 막았지만 이과인 놓쳐
중원싸움도 역부족…박주영은 자책골

경기에 앞서 김세윤 대표팀 전력분석관은 “전반 20분만 버티면 해볼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 세계 최고 공격수를 앞세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예상 이상으로 거셌다. 수비 위주의 전략으로 나선 한국은 반칙으로 이들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한국은 결국 두 차례 프리킥 상황에서 전반 17분과 33분 내리 두 골을 내주며 급격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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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2차전.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1-4로 참패를 한 것은 미드필드 싸움에서의 열세, 포백 수비의 난조 등 전체적 전력 열세 때문이었다.

대표팀, 아르헨에 완패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와의 1차전과는 달리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박주영(AS모나코)을 원톱,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좌우 측면에는 염기훈(수원 삼성)과 이청용(볼턴)을 배치했다. 기성용(셀틱)과 김정우(광주 상무)가 더블볼란치, 포백은 이영표(알힐랄)-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오범석(울산 현대)이 맡았다. 골문은 정성룡(성남 일화)이 지켰다.

아르헨티나는 테베스와 이과인을 투톱, 바로 밑에 메시, 그리고 앙헬 디마리아(벤피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를 중원에 내세웠다. 포백은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왈테르 사무엘(인터밀란),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가, 골키퍼는 세르히오 로메로(AZ알크마르)가 맡았다. 4-3-1-2 포메이션.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한국이 번개처럼 빠르고 탱크처럼 육중하게 질주하는 테베스와 메시, 그리고 디마리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17분 오범석이 디마리아에게 반칙을 해 벌칙구역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내주면서 먼저 골을 내주고 말았다. 메시의 프리킥이 박지성과 데미첼리스의 머리를 지나 박주영의 오른발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한국은 전반 33분에도 왼쪽 측면에서 테베스의 질주를 반칙으로 막아내며 프리킥을 내준 뒤, 결국 이과인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이 데미첼리스가 아크 부근에서 안일하게 볼처리하는 것을 가로채 절묘한 아웃 프런트킥으로 골문을 갈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더욱 폭발적이었고, 한국 수비진들은 우왕좌왕하며 후반 31분과 35분 이과인에게 내리 두 골을 더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1-2로 뒤지던 후반 12분 절호의 동점 기회를 맞았으나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청용이 빠르게 중앙을 파고들며 문전 오른쪽에 있던 염기훈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으나, 염기훈의 왼발슛은 오른쪽 골문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요하네스버그/김경무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