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경남FC 감독.
[조광래의 눈]
전반 초반에 상대를 너무 의식해 우리의 평소 플레이를 못하는 바람에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게 아쉬웠다. 아르헨티나는 좋은 공격수가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스와의 경기 때에 견줘 미드필드진이 너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에 상대에게 더 많은 공격을 허용했다. 평소대로 최전방에 투톱을 배치했다면 상대 진영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상대에게 기회도 덜 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골을 실점한 것은 파울이 원인이 됐다. 미드필드진에서 자꾸 뒤로 밀리다 보니 반칙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두 골을 실점한 뒤 전반 30분 이후에는 박주영과 박지성이 상대 진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우리 리듬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상대 패스를 가로채 이청용이 득점할 수 있었다.
전반에 리오넬 메시에 대한 수비를 김정우한테 맨투맨으로 맡겼는데, 아르헨티나가 미리 예상한 것 같다. 메시는 일부러 사이드 쪽으로 움직였고, 테베스가 중앙으로 침투했다. 이러다 보니 김정우는 누구를 막아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후반 중반까지는 평소 우리 전술로 적극적으로 경기 운영을 잘했고 내용도 좋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에 치중하다가 역습을 허용해 실점하는 상황이 생겼다. 앞으로는 사이드 윙 플레이도 하면서 상대 뒷공간 침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졌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빨리 잊어버리고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에선 상대 진영부터 강한 압박을 하고, 수비수들이 한덩어리로 조직력을 복원한다면 그리스전의 승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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