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전 노동자구단 출발…리그우승만 15회
‘영국의 자존심.’
128년 전통을 자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으뜸 명문구단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15차례, 축구협회(FA)컵 11차례, 챔피언스리그(1969년, 99년) 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에 약 100만명의 팬을 거느린 ‘제국’ 맨유는 2003~04 시즌엔 1억5700만파운드(2875억원)의 매출 가운데 5170만파운드(946억원)를 순수익으로 남겨 세계최고 부자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1878년 뉴톤 헬스 엘와이아르(LYR)란 철도노동자들의 팀으로 출발한 맨유는 재정문제로 20세기 초 해체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맥주재벌 존 헨리 데이비스가 인수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190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1892년 처음 1부 리그에 진입한 맨유는 2차대전 중인 41년 안방구장인 올드 트래퍼드(6만7500석)가 독일군 폭격으로 부서지고, 58년 뮌헨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 탓에 팀 선수 7명이 목숨을 잃는 시련 속에서도 114년 동안 한번도 하부 리그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앨릭스 퍼거슨 감독이 팀을 재정비한 93년부터 2003년까지 11시즌 동안 8차례나 리그를 제패하며 ‘황금의 10년’을 보냈다. 98~99시즌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축구협회컵, 도요다컵을 모두 휩쓸기도 했다.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로이 킨 등 당시 미드필더들은 최강이란 찬사를 받았고, 퍼거슨 감독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기사 호칭을 얻었다.
맨유는 지난달 미국의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에게 인수됐다. 글레이저는 주식상장을 폐지하고 입장료를 올리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팬들로부터 ‘영국의 대표적인 시민구단을 미국 장사꾼에게 빼앗겼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