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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굴욕…일본에 0-3 참패

등록 2011-08-10 22:45수정 2011-08-11 09:57

일본 조직력에 밀려 37년만에 3점차 참패
조광래 “팬들에 죄송…월드컵 예선 보약”
후반 9분.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세번째로 한국 골망을 흔들자 3만9000명이 가득 들어찬 삿포로돔은 함성으로 요동쳤다. 거대한 환호와 박수 소리가 하늘을 가린 돔 천장과 사방을 맞고 메아리쳤다. 그 순간 소수정예로 뭉친 ‘붉은 악마’들은 악몽에 휩싸인 듯 모두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어딘가에서는 “빌어먹을”이란 말이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넋이 나간 채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지만, 김 빠진 맥주에 얼굴은 더 일그러졌다.

■ 붉은 악마와 함께한 한·일전 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75번째 맞대결. 붉은 악마와 뒤섞여 서포터스석에서 지켜본 싸움은 ‘전쟁’이었다. 경기 전 기성용(셀틱)의 이름이 호명되자 삿포로돔은 야유로 가득 찼다. 1월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일본을 비하하는 듯한 원숭이 골뒤풀이를 펼쳤기 때문이리라. 그러자 붉은 악마들은 “기성용”을 연호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붉은 악마는 교민 400여명과 함께 ‘아리랑’을 목청껏 부르며 태극전사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기자도 한데 섞여 아리랑을 불렀다. 뜨거운 기운이 가슴속 한켠에 뭉클 맺히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 서포터스인 ‘울트라닛폰’도 경기 전날부터 500여명의 팬이 밤을 지새우는 등 만만치 않은 열정을 보였다. 이문규 붉은 악마 일본 지부장은 “일본 서포터스들도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는 기대를 엇나갔지만 경기 뒤 응원단은 태극전사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기도 했다. 4만 가까운 관중석의 100분의 1 규모인 응원단은 목이 쉬었다.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간 울트라닛폰과 달리 끝까지 자리를 지킨 붉은 악마들은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법”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 무서운 일본의 기술축구 전·후반 3골의 완패. 한국은 가가와에게 2골, 혼다 게이스케(모스크바)에 1골을 내줬다. A대표팀이 일본에 3골 차로 진 것은 1974년(도쿄 친선전 1-4패) 이후 37년 만이다. 아시아 무대의 ‘맏형’을 자부해온 한국으로선 ‘뼈아픈 반성’ 없이는 앞으로 한치의 전진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역대 전적 40승22무13패. 일본은 패스뿐만 아니라 조직력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축구인들은 일본 J리그의 ‘100년 구상’ 등 장기 계획과 투자, 넓은 저변이 이룬 결실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일본은 아마추어-실업-2부리그-J리그로 이어지는 탄탄한 축구시스템을 구축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의 공도 부인할 수 없다. 차케로니 감독은 패스 위주 플레이를 하던 일본 선수들에게 파워와 압박을 강조했다. 그는 체력을 중시하면서 “공과 사람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패스 조직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주력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알힐랄)가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이청용(볼턴)의 부상 공백, K리그 승부조작 사건 등 내부 문제로 선수 구성에도 애를 먹었다. 9월부터 시작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대비해 재정비가 필요하다. 조광래 감독은 “초반 김영권 등 수비진의 줄부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좋은 보약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삿포로/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한·일전 전적

한국 0-3 일본

가가와 신지(전34분·후9분) 혼다 게이스케(후7분·이상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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