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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의 근호 ‘4년전 설움’ 날렸다

등록 2014-06-18 14:20수정 2014-06-18 22:29

<b>선제골 순간</b> 이근호가 18일(한국시각)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23분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고 있다. 쿠이아바/연합뉴스
선제골 순간 이근호가 18일(한국시각)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23분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고 있다. 쿠이아바/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서 탈락
4년만에 벤치멤버로 대표팀 입성
이 악물고 주전에 쏠린 관심 이겨내

준비된 ‘조커’ 투입 12분만에 ‘골’
“설움 떨치는 상상 현실로” 소감
이근호(29·상무)에게 2010년 6월1일은 아픈 기억이다.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열흘 앞두고 그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기회를 많이 줬는데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그를 23명 최종 엔트리에 뽑지 않은 허정무 감독의 말이었다.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하며 위기 때마다 대표팀을 구해낸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애지중지하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내동댕이치고 오스트리아를 떠났다. 훗날 이근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만했고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동료들에게 ‘잘하고 오라’는 한마디 하지 않고 도망치듯 돌아온 게 후회로 남아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이후로 4년. 절치부심한 그는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번엔 벤치 멤버였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 데뷔를 보장할 수 없었기에 더 이를 악물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살, 전역을 앞둔 이근호 병장은 “30분을 90분처럼 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훈련이 끝나면 진지한 얼굴로 전지훈련장을 빠져나갔다. 주전들에게 쏠리는 관심은 그의 의욕을 더욱 불태웠다.

준비된 그였기에 행운도 찾아왔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4년 6월18일 그는 후반 교체 멤버로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동갑내기 박주영이 전반전 내내 부진했던 것도 예상보다 이른 후반 11분 교체투입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12분 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실수를 불렀다. 누군가에겐 악몽이 다른 누군가에겐 꿈에 그리던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나타난 이근호는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설움을 떨치는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흥분한 모습이었다. “슈팅 연습 때 받았던 느낌이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3만7000명이 내뿜는 함성은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나우를 휘감았다. 전반 39분 결정적인 기회에서 나온 손흥민의 정말 대포같은 ‘대포알 슛’에서 보듯 한국이나 러시아 선수 모두 극도의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렀다. 그만큼 몸이 굳어 있었다. 막중한 임무를 지고 경기 도중 투입된 이근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이근호는 단지 한골 이상으로 팀에 기여했다. 그는 선제골 이후에도 러시아 수비수들 뒷 공간을 파고들며 한국 대표팀이 추구하는 공격 모습을 보여줬다.

 튀니지와 가나를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은 이날 러시아와의 무승부로 자신감을 무장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상대 수비에 봉쇄당한 기성용은 경기 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분명 이길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골키퍼 정성룡도 “첫 경기에서 부담을 잘 털어서 다행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2차전 상대인 알제리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손흥민은 “첫 월드컵이라는 긴장과 설렘을 억누르고 경기장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 무척 애썼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팬들에게 조금은 보답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도 자신이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데 만족해했다. 홍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후반전에 분명 상대 중앙 수비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스피드가 느려질테니 대비하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노려보라’는 주문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쿠이아바/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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