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오른쪽)이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여자 준결승전에서 북한에 아깝게 패한 뒤 아쉬워하는 임선주를 다독이고 있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결승행 좌절…영국으로 출국
“동메달 따줄 거라 100% 믿어
여자 축구가 박수 받았으면…”
“동메달 따줄 거라 100% 믿어
여자 축구가 박수 받았으면…”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은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첼시 레이디스가 지소연에게 허락해준 시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지소연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지소연은 전날 열린 북한과의 4강전에서 1-2로 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패배의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료들이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운동해 왔는지 잘 알기에, 그리고 팬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승리가 더욱 간절했다.
지소연은 2010년 독일에서 열린 20살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8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3위를 견인해 일약 스타가 됐다.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유럽리그에 진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는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여자 대표팀은 남자 대표팀에 훈련장을 비워줘야 했다. 주장 조소현은 지난 5월 남자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을 텔레비전으로 보다가 서러운 마음에 채널을 돌려버렸다. 짧게나마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대회 성적이 필요했다.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여자 축구는 중계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관심을 받는 게 국제대회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 절실했다”고 말했다.
애초 잉글랜드 여자리그에서 힘겨운 선두 경쟁을 벌이는 첼시 레이디스는 에이스 지소연의 차출을 반대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다. 하지만 지소연의 간곡한 설득에 결국 8강과 4강, 두 경기만 뛰도록 허락했다.
시차 적응도 못한 채로 홍콩과의 8강, 북한과의 4강전에 출전한 지소연은 에이스답게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줬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세계랭킹 11위의 강호 북한을 꺾지는 못했다. 지소연은 경기 뒤 “내가 더 많이 뛰었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두 경기밖에 뛸 수 없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윤덕여 감독과 다리가 풀릴 때까지 뛰어다닌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만큼은 여자 축구가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한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도 보여줬다.
10월1일 열리는 베트남과의 3-4위전에서는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영국에서 응원해야 한다. 지소연은 “동메달을 따줄 것이라고 100% 믿는다. 우리 선수들이 비난이 아닌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