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멀티골로 시즌 16골
1986년 차범근 19골과 3골차
리그·챔스전 최소 11경기 남아
올 시즌 1경기당 0.4골 넣어
최근 몰아치기, 기록경신 기대
1986년 차범근 19골과 3골차
리그·챔스전 최소 11경기 남아
올 시즌 1경기당 0.4골 넣어
최근 몰아치기, 기록경신 기대
1986년 4월23일, 독일 분데스리가 당대 최고의 공격수 차범근(당시 33살)이 리그 17호골을 넣었다. 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축구협회컵(포칼컵) 2골을 포함해 시즌 19골을 기록했다. 차범근은 세계 최고 리그였던 분데스리가에서 외국인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 최대 일간지였던 <아벤트포스트>는 차범근을 ‘올해의 축구스타’에 뽑았다. 이전에 카를하인츠 루메니게(60), 로타어 마테우스(54) 등 전설적인 선수들에게 주어졌던 상이다. 레버쿠젠이 차범근을 한국 월드컵대표팀에 보낼 때, 대한축구협회에 고액의 보험을 들게 할 만큼 보물 취급을 받았다.
29년 뒤, 손흥민(23·레버쿠젠)이 ‘아시아의 호랑이’ 차범근의 길을 걷고 있다. 손흥민은 9일(한국시각) 독일 파더보른 벤텔러아레나에서 열린 SC 파더보른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9분 오른발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에 다시 절묘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까지 뽑아내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손흥민은 득점뿐 아니라 레버쿠젠의 11차례 슈팅 가운데 7개에 관여하는 등 맹활약을 펼쳐 ‘오늘의 선수’에도 뽑혔다. 경기 뒤 손흥민은 “파더보른처럼 수비가 강한 팀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다. 우리가 인내심을 발휘했고, 이길 자격이 있었다”며 기뻐했다.
이날 두 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정규리그 10호골을 기록했다. 분데스리가 득점 부문 공동 7위이고, 팀 내에서는 카림 벨라라비(9골)를 제치고 최다골로 올라섰다. 2012~2013 시즌 이후 리그에서 세 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골,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골을 포함하면 올 시즌 16골째다. 리그에서 아시아 최고 공격수 경쟁을 벌이는 오카자키 신지(29·마인츠)와의 대결에서도 앞섰다. 하루 앞서 오카자키가 골을 추가하며 9골로 치고 나가자, 손흥민이 이날 두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올 시즌 1970~80년대 분데스리가 최고 외국인 선수이자 레버쿠젠의 대선배 차범근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범근은 1985~1986 시즌 정규리그 17골, 포칼컵 2골로 역대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19골) 기록을 갖고 있다. 무려 30여년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손흥민이 남은 시즌 동안 4골을 추가하면 이 기록을 넘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인 선수 첫 20골 고지도 동시에 밟게 된다. 차범근이 현역 시절 리그 득점 4위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시즌 득점 부문 7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은 이 기록도 넘보고 있다. 현재 4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코 디산토(브레멘·12골)와는 두 골 차이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10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올 시즌 경기당 0.4골 정도를 넣고 있는 추세를 보면, 산술적으로 정규리그만으로 차범근의 대기록을 넘을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14일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에 이어 3라운드 만에 한 경기 2골을 기록하는 등 최근 거센 몰아치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분위기를 이어가면 차범근의 정규리그 한 시즌 17골 기록 경신도 기대해볼 만하다. 레버쿠젠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도 진출한 상태여서 시즌 득점 기록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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