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지난 5월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 그리고 ‘공격축구’. 새롭게 구성된 축구협회 기술위원 8명이 감독 선임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두가지였고, 적임자로 ‘난놈’을 자처하는 신태용(47) 감독이 뽑혔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오전부터 장장 5시간 넘게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위원장 김호곤)를 열고, 성적부진으로 중도에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 후임으로 신태용 전 20살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신 감독은 8월31일(서울월드컵경기장) 이란, 9월5일(타슈켄트 예정)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에서 대표팀을 지휘한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신 감독은 대표팀 코치를 지내 현재 대표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춰 흐트러진 대표팀의 응집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치른 뒤 조 3위가 되더라도 신 감독이 계속 맡고, 본선에 올라도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코치진 구성은 관례대로 감독에게 일임한다. 연봉 등 세부 조건은 협회가 별도로 협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1, 2위가 러시아행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데 이미 이란이 6승2무(승점 20)로 남은 두 경기에 관계없이 러시아행을 확정했다. 한국이 조 3위로 밀리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홈 앤드 어웨이)를 치러야 하고, 거기서 이기면 북중미 4위 팀과 최종 플레이오프(홈 앤드 어웨이)를 치러 러시아행 막차를 탈 수 있다.
감독 선임에 앞서 애초 아시아 최종예선 경험이 있는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지난 3일 새롭게 구성된 기술위원들 중 황선홍(49) FC서울 감독과 서정원(47) 수원 삼성 감독, 김병지(47) 축구해설위원 등 40대들이 손흥민(25·토트넘) 등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0대인 신 감독을 강력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은 두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그래서 2016 리우올림픽과 2017 20살 이하 월드컵에서 공격축구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신 감독이 낙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오후 축구협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어려운 시기에 맡겨준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란과 우즈베크 경기는 쉽지 않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히 홈 이란전은 반드시 이겨서 수월하게 러시아에 갈 수 있게끔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영덕 태생인 신 감독은 대구공고·영남대를 거쳐 1992년 프로축구 일화 천마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본선에서는 한국 올림픽대표팀 ‘사이드 어태커’로 활약했다. 프로에서는 1995년과 2001년 K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선수로서 성공적인 축구인생을 살았다.
2008년 김학범 감독의 후임으로 성남 일화 감독대행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본격 시작했으며,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K리그와 축구협회(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6 리우올림픽 대표팀을 8강까지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지난달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16강에 올려놓았다.
신태용 감독은 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운용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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