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이 38년 만에 축구 스타디움에 입장해 2018 러시아월드컵 이란-스페인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이란은 21일 새벽(한국시각)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2차전에서 스페인에 0-1로 졌다. 그러나 같은 시각 이란 본국에서는 이란 여성들에게 의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엔엔>(CNN)은 이날 “이란 축구팀은 졌지만 이란 여성들은 기념비적인 사건을 자축했다”며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 입장해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자국팀을 응원하는 여성들을 소개했다. 여성 축구팬들이 이란대표팀 유니폼 색깔의 옷을 입고 부부젤라를 불며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트위터 사진들을 통해 전했다.
이란 여성들이 축구 스타디움에 입장하게 된 것은 무려 38년 만이다. 이란은 그동안 여성들은 남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없도록 금지해 왔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은 물론 투옥될 수도 있었다. 이란축구협회 공식 트위터도 여성 축구팬들의 사진을 올려 여성들의 첫 스타디움 응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란 여성들이 앞으로도 자유롭게 축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초만 해도 이란은 여성들의 축구경기 관람 금지를 오히려 강화했다면서 3월에 있었던 여성들의 아자디 스타디움 진입 시도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35명의 여성들이 테헤란 클럽 경기가 열리는 아자디 스타디움 진입을 시도했고, 다음날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조만간 여성들의 스타디움 입장 허용을 약속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6일 모로코와의 1차전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날도 입장 몇시간 전에 스크린 방송이 불가능하다며 갑자기 입장을 불허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수많은 여성들이 몰려들면서 결국 스타디움을 개방했다.
이란 출신 여성 언론인 예가네 레자이안(34)은 “2014년 월드컵 당시 커피숍에서 창문을 가리고 소리를 죽인 채 축구경기를 봤다”며 “한번 해냈다면 더욱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정말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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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러시아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