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5일 오전 언론사 축구팀장 초청 간담회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과 관련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오른쪽은 홍명보 전무이사. 대한축구협회 제공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선수와 지도자들을 격려해주고 싶다. 그러나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결산을 겸한 언론사 축구팀장 간담회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이번 월드컵 소회를 함께 나누고 축구발전을 방향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 회장은 “신 감독의 전술 실패와 계속되는 실험에 대해 언론들이 많은 비판을 했다. 그러나 공과 과가 있다”면서 “신 감독의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듯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 발굴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조현우·문선민·이승우·윤영선·주세종 등 그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을 많이 발탁해 대표팀 운용 폭을 넓힌 건 평가할 만하다”고 신 감독한테 점수를 줬다.
정 회장은 아울러 “이번 월드컵을 통해 크게 느낀 것은 기술의 문제”라며 “한국 축구는 세계 수준에 비해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이제는 투지가 아닌 온전한 경기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문제는 유소년 축구의 문제다. 우리는 체력이나 전술훈련을 많이 시키는데, 선수들이 어릴 적부터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팬들의 응원문화와 관련해서도 “이번에 멕시코와 독일 팬의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국기를 흔드는 독일 팬들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조롱보다는 응원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월드컵이 한국에서 흥행이 제대로 안 된 것과 관련해서 그는 “지방선거와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정치적 이슈 때문이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초등, 중등, 대학까지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재미없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처럼 일일이 지적한 뒤 “앞으로 축구계 안팎으로 인사들로 구성되는 특별자문기구를 운영해 축구발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자리에 배석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월드컵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이고, 가슴 뛰는 무대가 돼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봤다. 그것은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었다”며 “예전에 경기장에서 손흥민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는데, 이번에 웃음이 사라져 얼마나 부담이 많은가를 알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선수들이 독일은 이겼지만, 3경기에서 지배하는 경기를 못했다. 지배 수준에 이르려면 어렸을 때부터 선수를 육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명보 전무는 “이번에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벽에 막혔다. 선수들의 표정과 매순간이 예전(2002 한·일월드컵 이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 선수들한테 좋은 환경 만들어줘야 하는지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개월 협회 행정을 맡으면서 축구발전은 축구협회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협회 뿐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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