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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보, ‘대담한 용병술’ 토고 허 찔러

등록 2006-06-14 01:23수정 2006-06-14 05:31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후반 27분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후반 27분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후반 안정환 투입 공격력 강화
답답한 경기에 활기 불어 넣어
‘아드보카트 신화’의 첫장이 펼쳐졌다.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전반 선제골을 먹은 상황에서 역전의 용병술을 펼치며 결국 월드컵 원정 첫승을 따냈다. 2005년 9월30일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꼭 257일 만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는 굵고 직선적인 성격이다. 비교적 진지한 이미지이지만, 그가 믿고 사랑한 이천수가 후반 9분 골문을 흔들자 만세를 부르며 뛰쳐나와 아낌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아드보카트는 13일 경기 종료 인터뷰에서 “후반에 안정환을 투입하면서 4명의 스트라이커를 두는 모험을 했다”며 “이천수의 자유차기가 상황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안정환이 제몫을 해주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토고전에서) 전체적으로 서너 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며 “프랑스와의 2차전은 더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사실 아드보카트호의 출발은 불안했다. 아드보카트는 노련한 안정환 대신 젊은피 조재진을 주공격수로 세워 3백의 실험카드를 썼다. 박지성-조재진-이천수의 3톱으로 초반부터 압박축구를 펼치겠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패스는 매끄럽지 못하게 끊어졌고, 태극전사들은 토고 수비진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다리가 꼬이며 쉽게 쓰러졌다. 결국 빠른 스피드의 토고 공격수에게 허를 찔렸고, 공 점유율조차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아드보카트도 경기를 끝낸 뒤 “전반 실점은 상대가 잘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실수였다”고 분석했다.

아드보카트의 표정은 순간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90분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해야 하는 사령탑의 고뇌가 묻어났다. 전반 막바지에는 얼굴을 매만지는 등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는 후반에 과감한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다. 경기의 흐름은 곧 바뀌었다. 후반 9분 이천수가 첫골을 터뜨린 뒤 김진규를 빼고 교체 투입한 ‘조커’ 안정환이 후반 27분 다시 골문을 갈랐다. 아드보카트는 “후반 들어 포메이션을 3-4-3(3백)에서 4백으로 바꾼 게 주효했다”며 “우리 팀의 플레이가 살아났고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역전골을 뽑은 안정환에 대해서는 “그가 참 오랜만에 골을 넣었다”며 기뻐했다. 아드보카트는 이 밖에도 후반 22분 다리 경련을 일으킨 이을용 대신 김남일을 투입하고, 후반 38분에는 조재진을 빼고 김상식을 집어넣어 수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용병술을 구사했다.

아드보카트가 부임 이후 토고전 직전까지 얻은 성적은 10승4무4패. 월드컵 본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오슬로를 오가며 펼친 노르웨이와 가나 전의 부진으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4강이 ‘기적’이나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2006년의 한국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불렸던 자리였다. 게다가 그는 월드컵 직전 원톱으로 굳혔던 이동국 카드를 포기해야 하는 시련도 겪었다.

아드보카트는 첫 경기 전날 밤에서야 사퇴했던 오토 피스터 감독이 복귀하는 등 자중지란을 겪은 약체 토고를 상대로 귀중한 첫승을 따냈다. 하지만 경기 초반 3백 실험이 허점을 노출하자 후반에 4명의 스트라이커 체제라는 흔치 않은 모험을 시도하는 등 불안한 모습도 노출했다. 그는 ‘왜 선발 진용을 3백으로 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네댓 차례 평가전을 통해 라인업을 조정해 왔다”며 “전술은 막판이라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전을 앞두고 전략적 고민이 다시 필요한 지점이다.

아드보카트는 네덜란드·미국·벨기에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81년 아마추어팀의 감독으로 출발해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만 두차례 역임했다. 프로리그에서는 네덜란드 페에스베 아인트호벤과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우승컵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사임한 본프레레 감독의 뒤를 이어 9월13일 한국호에 승선했고, 이제 16강행을 시작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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