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PBA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강동궁. PBA 제공
강동궁을 응원하던 팬들은 승패가 갈린 줄 알았다. 하지만 낙담의 그 순간부터 반격이 이뤄졌다. 3경기를 내준 뒤 이뤄진 극적인 반전이어서 우승의 기쁨은 더 짜릿했다.
강동궁(41·SK렌터카)이 21일 밤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1~2022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에서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를 세트 스코어 4-3(3-15 10-15 14-15 15-2 15-14 15-13 11-9)으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초반 3경기를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불같은 집념으로 역전극을 완성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상금 1억원을 챙긴 강동궁은 통산 2승을 올렸다.
믿을 수 없는 대역전 드라마였다.
강동궁은 초반 3경기를 모조리 내줬다. 세트마다 사파타의 연속 하이런 행진이 펼쳐질 때 강동궁은 2% 부족함을 노출했다. 4세트에 들어가기 전 이미 승패가 갈렸다고 판단한 팬들은 많았다.
하지만 4세트 들어 강동궁의 저력이 폭발했다. 자기가 칠 차례에 평균(에버리지) 3.75타를 기록한 그는 4세트 4이닝 만에 15-2로 첫승을 거뒀다. 이어 5세트서도 15-14, 1점 차 승리를 거뒀고, 6세트에서는 끈질긴 공격 끝에 15-13으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막판 7세트까지 끌고 갔다.
마지막 7세트 초반 분위기는 사파타가 잡았다. 사파타는 4이닝까지 공타 없이 5-4로 앞서갔고, 6이닝에서는 특유의 하이런(4득점)으로 9-5로 우승 문턱에 이르렀다. 2점만 더 보태면 승부를 마감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동궁이 자신의 차례에 연속타를 칠 수 있도록 공을 절묘한 위치에 갖다 놓는 포지션 플레이로 내리 6득점하며 11-9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프로당구 PBA 개막전에서 대역전을 일궈낸 강동궁. PBA 제공
강동궁은 경기 뒤 “3세트에서 1점을 남기고 패배면서 승부에 대한 개념보다는 앞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후 팔도 가벼워지면서 4세트부터 공도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이 아프신 어머니가 기분 좋게 웃으면서 꿈에 나타나셨다. 좋은 징조였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우승이라고는 상상은 못 했다”며 웃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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