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매니 파키아오(오른쪽)가 22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권투협회(WBA) 슈퍼웰터급 타이틀 경기에서 현 챔피언인 쿠바의 요르데니스 우가스에 펀치를 날리고 있다. 우가스의 3-0 판정승.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2년 만에 돌아온 매니 파키아오(43·필리핀)가 판정패를 당했다.
필리핀의 ‘복싱 전설’이자 정치인인 파키아오는 22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권투협회(WBA) 슈퍼웰터급 12라운드 경기에서 현 챔피언 요르데니스 우가스(35·쿠바)에 0-3으로 판정패했다. 통산 전적은 62승2무8패.
파키아오는 이날 12라운드까지 상대적으로 키가 큰 우가스와 주먹을 주고받는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11~12라운드에 강공으로 나온 우가스에 펀치를 허용하면서 점수를 내줬다.
파키아오는 12라운드 동안 815번이나 펀치를 휘둘렀으나 정타는 130번에 불과했다. 정타 적중률에서 파키아오는 16%에 그쳤다. 반면 우가스는 37%(405번 중 151번)로 훨씬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키 175㎝로 파키아오(166㎝)보다 10㎝ 가까이 큰 우가스는 자신의 신체적인 우위를 활용해 복싱 레전드를 무너뜨렸다. 우가스는 타이틀 방어전 승리로 통산 27승4패를 기록했다.
1990년대부터 세계 타이틀을 따낸 파키아오는 2019년 41살 최고령으로 세계권투협회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아 자격을 잃었고, 이날 우가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노쇠화에 따른 스피드와 순발력의 차이를 드러냈다.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했던 최정상의 복서였고, 현역 상원 의원이기도 한 파키아오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날 승리가 필요했으나 경기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파키아오는 앞서 이번 대결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뒤 ‘이게 마지막 경기인가’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파키아오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가스의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쉬는 게 첫 번째다. 휴식을 취한 뒤 계속 싸울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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