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요즘 미친듯이 스트레스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며칠전 수도권의 한 체육대학에 입학하게 된 한 학생의 이메일 편지는 불안과 걱정에 가득차 있었다. “체육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군기잡기’가 여간 센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꼭 가야 하나요?” “오리엔테이션 가기 싫은데, 안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배들이 말하는데 정말 무서워요.”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눈물이 납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 미팅하고, 공부하고, 자유시간 보내는 등 행복한 꿈에 들떠 있을 때다. 그런데 체육대학 입학을 앞둔 이 학생은 지옥에라도 끌려가는 듯이 절박하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지난해 3월 〈한겨레〉는 수도권의 ㄱ대 체육대학의 현장을 취재고발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초기 체육대학 신입생들은 선배들로부터 상상하기 힘든 폭력에 시달린다. 군대식 유격훈련에 단체기합이 오리엔테이션 과정에 들어있다. 학교에 들어가면 새벽부터 교정에 모여 ‘예절교육’을 받는 것도 연례행사다. 대학 건물 안에서도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며 선배들에게 90도 인사하는 장면은 ‘조폭’의 문화와 다르지 않다. 일부 교수들은 이를 묵인했다.
물론 체육대학 뿐 아니라, 무용·연극·영화 등 예능관련 학과와 치대·의대 등에서도 강압적인 선배들의 권위주의가 판친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을 ‘나쁜 X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왕따’를 각오하지 않으면 저항할 수 없다.
올해도 체육대학의 부조리한 오리엔테이션 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ㄱ대는 23~26일 오리엔테이션을 할 계획인데,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그램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과거처럼 오리엔테이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생한테 대학은 낯선 세계다. 어느 하나라도 익숙한 것은 없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후배들이나 후학들에게 선배나 교수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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