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KCC·오른쪽)과 신기성(KTF)이 2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호루라기] 서장훈도 “함께 뛰고 싶어 여기 왔는데…”
이상민도 충격에 동료들 전화도 안받아
이상민도 충격에 동료들 전화도 안받아
후배 추승균(33)도 “(이)상민이 형이 KCC에 남을 수 있게 구단이 삼성쪽과 잘 얘기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서장훈(33)도 “상민이 형과 연세대 시절처럼 같이 뛰고 싶어 KCC로 왔다. 근데 내가 KCC 오면서 상민이 형이 삼성으로 간다면 내 안티팬이 10배는 늘어나지 않겠는가”라며 이상민의 잔류를 기대했다.
그러나 KCC는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10년 동안 헌신한 이상민(35)을 내쳤다. KCC는 서장훈 영입 대가로 삼성 썬더스에 보상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이상민을 보호선수 3명 명단에서 뺐다. 새로 영입한 서장훈과 가드 임재현(30), 기존 멤버 추승균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는 데려가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삼성은 지난 시즌 꼴찌를 해 내년도 신인 지명 우선권을 갖게 된 KCC한테 그 권리를 넘기면 이상민을 빼가지 않겠다고 했다. KCC는 이 제안마저 뿌리쳤다. 나이 먹은 이상민의 활용가치를 낮게 본 것이다. 삼성은 30일 이상민 영입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상민의 노련함은 여전히 프로농구 최고 수준”이라고 반겼다.
KCC 홈페이지 게시판은 신임 단장과 허재 감독을 향한 비난 글로 가득찼다. “프랜차이즈 스타(지역 스타)를 이렇게 버려도 되느냐” “KCC 회원 탈퇴하겠다.” “이상민이 좋아 KCC 페인트만 썼다.” 등의 원성이 들끓었다. 팬들은 이상민을 따라 삼성팬이 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상민도 충격이 큰 듯 동료 선수 전화까지 받지않고 있다.
KCC가 그동안 “관중이 몰려들어 전주실내체육관이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한 것도, 정규리그 우승 3회·플레이오프 우승을 2회(현대 시절 포함)나 한 것도 ‘컴퓨터 가드’ 이상민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이상민은 “KCC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쳐왔다.
한국 스포츠는 최근 남자배구 신진식이 11년간 몸담은 삼성화재에서 떠밀려 나갈 상황에 몰렸듯, 한 선수를 팀의 전설이자 간판으로 남기는 일에 인색했다.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프랜차이즈 스타를 ‘용도폐기’한 KCC 결정 탓에 선수생활을 전주에서 명예롭게 끝내려던 프로농구 최고스타의 바람도 어그러졌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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