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반짝’하고 매미는 ‘맴맴’ 울던 날, 프로야구가 취소됐다. 취소이유가 ‘우천’이다. 어찌된 일일까.
29일 대전구장에 열릴 예정이던 1·2위팀 에스케이(SK)-한화전. 이날 대전 지방에는 오후 1시30분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는 오후 2시5분께 그쳤다가 오후 2시25분에 다시 내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윤동균 경기운영위원은 안방팀 김인식 한화 감독 의견을 듣고 경기 시작(오후 5시) 2시간30분 전에 경기 취소를 전격결정했다. 인조잔디 구장이라 물이 많이 고여 선수들 부상위험이 높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생겼다. 경기 취소가 결정된 이후부터 비가 뚝 그쳐 한방울도 내리지 않은 것. 결국 경기가 시작됐을 오후 5시 즈음엔 완전히 날씨가 갰고 날씨만 믿고 운동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헛걸음을 해야만 했다. 팬들의 불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게시판과 한화, 에스케이 홈페이지를 통해 쏟아졌다. 대부분 “잠깐 온 소나기 때문에 경기시작 2시간30분전에 경기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분개했다.
윤동균 운영위원은 “우천취소를 결정할 즈음 비가 많이 와서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도 ‘힘들 것 같다’고 했고, 그때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기상청에 문의해보니 오후 4시 이후에 비가 계속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야구나 일본 야구는 웬만해서는 경기시작 전까지 경기취소를 결정하지 않는다. 어렵사리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만 믿고, 혹은 2~3시간 전 내린 비 때문에 쉽사리 경기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쉽게 팬들과 약속을 져버리는 게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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