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스태프들. 운동장의 선수들처럼 스태프들도 각자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한다.
스포츠 생중계 숨가쁜 현장
카메라 10대 스태프 30명 동원
10여개 화면 보며 순간순간 편집
생리욕구 참고 경기 내내 ‘꼼짝마’ “날씨 맑음.” 햇빛이 쨍 하던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엘지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17일 열린 경기에서 14대 2로 삼성에게 진 엘지가 설욕전을 펼치는 날이었다. 스포츠전문 채널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중계팀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중계에 필요한 방송 장비들을 경기장 구석구석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야구 한 경기 생중계를 위해 필요한 스태프는 약 30여명. 카메라 10대, 중계차 1대, 발전차 1대가 동원됐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멘트, 당일 경기의 특이사항 등을 기록하며 중계석에 앉아있던 권성욱 캐스터는 “프로야구가 400만 관객 동원을 앞둘 만큼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팬들이 많아 현장에서 중계하는 맛이 난다”고 했다. ■ 카메라는 알고 있다=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4시. 중계석이 분주해졌다. 경기 전에 미리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 정보 수집을 끝내고 돌아온 한국방송 이용철 해설위원이 자료 준비를 마쳤는지 가방에서 주섬주섬 화장품 파우치와 넥타이를 꺼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분장을 하면서 삼성 양준혁 선수가 결장하게 됐다는 정보 등을 캐스터와 나눈다. 중계차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오디오와 영상담당 각 2명, 피디와 기술감독까지 총 6명이 타는 중계차 안은 작은 방송국이다. 강의권 피디는 경기가 시작되자 10대의 카메라가 찍는 화면과 본방송 모니터까지 11개의 화면을 보며 각 장면들을 역동감 있게 이어 붙여 나갔다. “생중계다 보니 순발력이 중요해요.” 화면 편집용 비디오 믹서를 움직이는 손이 눈의 움직임만큼 빠르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처럼 스포츠 현장 중계도 어려움이 많다. 이재일 카메라맨은 “카메라 위치가 타석과 가깝다 보니 선배 카메라맨이 공에 맞아 콧등이 내려앉은 적도 있다. 특히 1, 3루는 더 가까워서 뷰 파인더를 보지 않고 직접 눈으로 경기장을 보며 촬영한다”고 했다. 4시간 가까운 생중계에서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할까. 권성욱 캐스터는 “목이 말라도 입술에 물만 축인다”고 말했다. 경기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외에 다른 연출이 필요할까 했지만 박경선 기술감독은 “박진감 없이 경기가 늘어지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하니까 치어리더나 눈에 띄는(여성이나 아이들) 관객들의 모습을 경기 사이사이에 내보낸다”고 했다.
■종목별로 중계 방식도 천차만별=여름엔 야구 축구 같은 실외 경기, 겨울엔 농구 등의 실내 경기를 중계하느라 스포츠 중계팀의 사계절은 늘 바쁘다.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엠비씨 이에스피엔, 에스비에스 스포츠 같은 전문 스포츠 채널이 생기면서는 지상파에서 중계를 보다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중단합니다”라는 말에 욱 하는 일도 줄었다. 중계권을 사와야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스포츠는 각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경기들이 따로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엠비씨 이에스피엔, 고교야구대회는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식으로 골라봐야 한다. 한국방송 스포츠 중계제작팀 이엽 팀장은 “지상파는 종합채널이라 경기 그대로를 중계하기가 어렵지만 공영방송인만큼 핸드볼, 하키 등의 비인기 종목이나 장애인 체육대회 등을 우선적으로 중계한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스포츠제작부 김한종 부장은 “골프 경기 중계를 3년째 주관하면서 다른 채널들보다 골프 중계 노하우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축구장은 야구장보다 큰 만큼 방송장비와 인력이 더 든다. 골프는 1번 홀에서 18번 홀까지 드넓은 골프장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지니 중계차가 4대, 카메라만 24대 안팎으로 사용된다. 90프레임까지 고배속 촬영이 가능한 수퍼 슬로머 같은 특수장비도 빠질 수 없다. 심리게임인 야구는 상하 움직임을, 전략전술이 중요한 축구는 좌우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며, 네트를 사이에 두고 빠르게 공이 오가는 배구는 판정을 가르는 정교한 화면 포착이 중요하다. 해외 스포츠 경기는 국제 신호를 받아 스튜디오에서 중계한다. 11일 개막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를 중계중인 엠비씨 이에스피엔 최성욱 피디는 “이피엘의 경우에도 맨체스터 박지성, 레딩 설기현 등 한국 4인방이 나오는 경기가 시청률이 높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 스태프들은 나름의 비애를 갖고 있다. 최 피디는 “중계차나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다보니 경력 11년 동안 축구를 경기장 내에서 응원하며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스포츠를 좋아해도 경기를 보며 즐기지 못하는게 이들의 고충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였던 18일 경기는 삼성이 엘지를 2대1로 이기면서 엘지는 설욕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10여개 화면 보며 순간순간 편집
생리욕구 참고 경기 내내 ‘꼼짝마’ “날씨 맑음.” 햇빛이 쨍 하던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엘지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17일 열린 경기에서 14대 2로 삼성에게 진 엘지가 설욕전을 펼치는 날이었다. 스포츠전문 채널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중계팀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중계에 필요한 방송 장비들을 경기장 구석구석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야구 한 경기 생중계를 위해 필요한 스태프는 약 30여명. 카메라 10대, 중계차 1대, 발전차 1대가 동원됐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멘트, 당일 경기의 특이사항 등을 기록하며 중계석에 앉아있던 권성욱 캐스터는 “프로야구가 400만 관객 동원을 앞둘 만큼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팬들이 많아 현장에서 중계하는 맛이 난다”고 했다. ■ 카메라는 알고 있다=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4시. 중계석이 분주해졌다. 경기 전에 미리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 정보 수집을 끝내고 돌아온 한국방송 이용철 해설위원이 자료 준비를 마쳤는지 가방에서 주섬주섬 화장품 파우치와 넥타이를 꺼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분장을 하면서 삼성 양준혁 선수가 결장하게 됐다는 정보 등을 캐스터와 나눈다. 중계차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오디오와 영상담당 각 2명, 피디와 기술감독까지 총 6명이 타는 중계차 안은 작은 방송국이다. 강의권 피디는 경기가 시작되자 10대의 카메라가 찍는 화면과 본방송 모니터까지 11개의 화면을 보며 각 장면들을 역동감 있게 이어 붙여 나갔다. “생중계다 보니 순발력이 중요해요.” 화면 편집용 비디오 믹서를 움직이는 손이 눈의 움직임만큼 빠르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처럼 스포츠 현장 중계도 어려움이 많다. 이재일 카메라맨은 “카메라 위치가 타석과 가깝다 보니 선배 카메라맨이 공에 맞아 콧등이 내려앉은 적도 있다. 특히 1, 3루는 더 가까워서 뷰 파인더를 보지 않고 직접 눈으로 경기장을 보며 촬영한다”고 했다. 4시간 가까운 생중계에서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할까. 권성욱 캐스터는 “목이 말라도 입술에 물만 축인다”고 말했다. 경기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외에 다른 연출이 필요할까 했지만 박경선 기술감독은 “박진감 없이 경기가 늘어지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하니까 치어리더나 눈에 띄는(여성이나 아이들) 관객들의 모습을 경기 사이사이에 내보낸다”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 스태프들. 운동장의 선수들처럼 스태프들도 각자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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