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아나운서 이원석씨
국내 첫 종합격투기 링아나운서 이원석씨, 결혼식 날도 중계
“최홍만, 나와라!” 키 2m18·몸무게 158㎏의 거인이 무섭지도 않은지 거침없이 반말로 부르는 이가 있다. 국내 첫 종합격투기 전문 링 아나운서 이원석(34·사진)씨.
“절대 고수”, “합기도 최강자” 그에겐 이런 게 너무 밋밋하다. 그래서 톡톡 튀는 멘트를 만들었다. “너의 관절은 이미 내 머리 속에 분해돼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려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한 선수의 사연을 듣고는 “너를 제물로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2001년 교환 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링 아나운서의 찢어질 듯 강하고 높은 톤의 독특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17차례나 낙방했지만 한때 성우를 꿈꿨던 그는 그를 벤치마킹했다. 국내에 종합격투기 대회가 생기자 무턱대고 주최 쪽을 찾아가 링 아나운서를 자청했다.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들이댔죠.” 돈은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 “예선전만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이제 이 분야 최고가 됐다. 요즘엔 하루 대회 진행에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스타급 대우를 받는다.
그런 그도 목이 아프다. “종합격투기 링 아나운서는 목에 힘을 많이 섞어야 해요.” 그는 “관중들이 선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링을 사랑해야 합니다.” 링 아나운서로서 자격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그래서 그의 종합격투기 사랑 역시 유별나다. 리허설 때 신발을 신지 않고 링에 오른다. 맨발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존중하기 위해서란다.
28일 결혼식이 하필 종합격투기 최고 대회 가운데 하나인 2007 K-1 히어로스 서울대회와 날짜가 겹쳤다. 그는 오전에 미리 리허설을 끝내고 결혼식을 마친 뒤 곧바로 링에 오를 계획이다. 그에겐 작은 바람이 하나있다. “국내에서 대형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관중석이 가득 메워져야죠.”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