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한국 올림픽야구대표팀이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일본과 경기 2시간여 전 선동열 투수코치는 한국취재진들에게 “전병호가 선발”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1시간 전 일본쪽에 전달된 예비 명단에는 오른손 류제국이 선발로 적혀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쪽은 곧바로 한국기자들에게만 “대회 규정에 따르면 예비명단은 경기 직전 제출하는 최종명단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대만 경기를 비롯해 앞선 3경기에서 전혀 언급이 없던 규정을 ‘활용’한 작전을 들고 나왔다. 오후 6시5분께 김경문-호시노 감독이 교환한 최종명단에는 선발투수가 다시 왼손 전병호로 바뀌었고, 타자도 이대형이 새로 들어가는 등 5명의 순서를 흔들었다. 한국으로선 자신의 카드를 덮어놓은 채 1시간 일찍 상대 카드를 ‘미리 읽는’ 불공정 게임을 한 셈이다. 특히 일본쪽 왼손 선발 나루세 요시히사에 맞서 최종적으로 8명의 오른손 타자가 나섰고, 이 가운데 두명(정근우·고영민)은 부동의 선두타자로 꼽히던 좌타자 이종욱·이대형을 대신해 1·2번으로 전진배치됐다.
경기 뒤 호시노 센이치 일본대표팀 감독은 “명단이 완전히 달라져 깜짝 놀랐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쪽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달라”며 무척 불쾌해 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앞으로 바뀌어야 하는 아마대회의 잘못된 규정”이라고 말해 의도성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최선을 다해 실력차를 뒤엎는 스포츠 특유의 맛이 사라진 이날 경기는 패배보다 쓴 뒤끝을 남겼다.
타이중/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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