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케이티앤지(KT&G) 주희정(왼쪽)이 서울 에스케이(SK) 김태술의 수비를 피해 속공을 연결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경기당 6개 속공 앞세워 선두 탈환 박차
야구에는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3할대만 쳐도 호성적으로 평가받는 타격보다 득점확률을 손쉽게 높일 수 있는 주루플레이 ‘발야구’의 가치를 평가한 말이다.
프로농구 안양 케이티앤지(KT&G)는 ‘발농구’를 구사한다. 토종-외국인 선수를 가리지 않고 공을 따내면 뛴다. ‘농구의 꽃’으로 불리는 속공은 화려하면서 빨라 팬들에게 재미를 줄 뿐 아니라, 야구와 마찬가지로 확률높은 득점을 가능하게 한다. 수비보다 많은 수로 공격이 가능하고, 골밑까지 진출이 쉬워 공이 림을 통과할 확률이 더 높다. 수비가 틀을 못잡았을 땐 외곽슛을 쏴도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케이티앤지는 이번 시즌 25경기에서 속공을 148개(경기당 평균 5.92개)나 했다. 이 부문 꼴찌를 달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65개·경기당 평균 2.6개)의 두배가 넘고, 2위 서울 삼성(평균 4.88개)보다도 매 경기 1개 이상 더 많은 속공을 한다.
유도훈(40) 감독은 “다른 팀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사이클이 있는데 우리 팀은 크게 깔아진 적이 없지 않냐”고 했다. 유 감독의 말대로 케이티앤지는 이번 시즌 3연패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속도를 앞세워 3라운드에서만 ‘높이의 팀’ 원주 동부와 전주 케이씨씨(KCC)를 잇달아 잡아냈고, 2.5경기차 선두(동부·20승6패) 탈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코트에서 팀을 이끄는 주희정(30·1m81)은 “5명이 전부 빠른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기회가 많이 난다”고 했고, 유도훈 감독은 “슈팅가드와 포워드들이 같이 뛰어준다. 이런 노력이 5라운드 이후 빛이 날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23일 부산 케이티에프(KTF)와 경기에 이기고도 “우리 색깔이 아니었다. 상대가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서서 플레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 헤쳐나가겠다”며 속도의 힘으로 계속 상대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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