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무릎 꿇은 추성훈에 킥 날려
장내 마이크 잡고 “배반자” 모욕
장내 마이크 잡고 “배반자” 모욕
“추성훈도, 아키야마도 모두 나예요.” 하지만 그는 ‘한국의 아키야마, 일본의 추성훈’으로 불리는 영원한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33)은 한국 유도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아버지(추계이·51)를 둔 재일동포 4세다. 그는 1998년 긴키대 시절 귀화를 조건으로 내건 일본 실업팀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2001년부터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었지만 재일동포에 대한 국가대표팀 선발 텃세 논란 속에 결국 일본 귀화를 택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일본대표팀으로 출전한 ‘한국의 아키야마’는 안동진(경남도청)과 맞붙어 금메달을 따낸 뒤 “조국을 메쳤다”는 비난을 들었다.
2004년 일본에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뒤 추성훈은 유도복 오른 어깨에 태극기를, 반대쪽엔 일장기를 달고 나왔다.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2006년 12월31일 일본의 격투기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39)와 경기에서 몸에 크림을 바르고 승리했다는 이유로 무기한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부끄러운 행동이 지적되자 이번엔 ‘일본인’들이 그를 한국인으로 취급했다.
지난달 31일 밤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대회 <프라이드 ‘야렌노카! 오미소카’>. ‘크림사건’ 뒤 일본 복귀무대였던 이날 추성훈은 1라운드 종료 1분46초를 남기고 지난해 프라이드 웰터급 챔피언 미사키 가즈오(31·일본)의 주먹에 쓰러졌고, 얼굴에 사커킥까지 허용해 코뼈 부상까지 당하며 주저앉았다. 그가 당한 공격이 무릎과 양손이 캔버스에 닿은 ‘4점 포지션’ 상황에서 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논란을 낳을 만큼 과격했다. 패배를 인정하러 온 추성훈 앞에서 미사키는 장내 마이크를 통해 “너는 많은 사람과 어린아이를 배반하는 행동을 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앞으로 사죄와 성의의 마음을 갖고 싸워주길 바란다”는 굴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그리고 “일본인은 강하다”면서 한쪽 어깨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일본의 추성훈’을 겨냥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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